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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없는 사회' 성큼…취약계층 소외 부작용도

'현금없는 사회' 성큼…취약계층 소외 부작용도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0.01.06

세계 각국에서 이른바 '현금없는 사회'가 진전되고 있지만 부작용도 커지는 모습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현금없는 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스웨덴과 영국,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와 소비활동 제약 문제 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현금없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6일 한국은행은 '최근 현금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0년대 이후 신용카드와 모바일 지급수단 등 이용수단 활성화로 현금사용이 급감한 스웨덴과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의 현금없는 사회의 진전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현금없는 사회에 대한 국제적 정의는 없지만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비현금 지급수단을 사용하는 비중이 90% 정도 되는 사회를 지칭한다. 국가별 현금결제 비중(거래기준)을 보면 스웨덴은 2018년 기준 13%에 불과하다. 영국은 28%, 뉴질랜드 31%로 집계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현금을 공급하는 창구가 줄어들면서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이 떨어지고, 취약계층의 금융소외 소비활동 제약, 현금사용을 보장하는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와 같은 문제점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현금결제를 아예 거부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뱅크)의 조사 결과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비중이 2014년 27%에서 2018년 45%로 크게 늘었다.
스웨덴 상업은행 지점 중 현금취급 지점 수는 2008년말 1777곳에서 2014년말 733곳으로 1000곳 넘게 사라졌다. 2018년 기준 은행 지점 수는 스웨덴의 경우 2011년 대비 33.2%, 영국은 23.4%, 뉴질랜드는 29%씩 감소했다. ATM 수도 2014년 대비 스웨덴 21.2%, 영국 11.4%, 뉴질랜드 7.3%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는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과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현금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지급수단이 없고, 디플레이션 시기에 안전투자 수단 상실, 소수 민간 지급결제업체의 독과점 등의 문제도 현금없는 사회의 폐해라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은은 전했다.
영국의 경우 현금이 사라지면 대응하기 곤란한 국민들의 수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도 분석됐다. 전체 성인의 8%에 해당하는 430만명이 디지털 지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계좌조차 없는 성인도 130만명(2.4%)에 달했다. 뉴질랜드와 스웨덴에서도 현금 사용 감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각 23%, 27%로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사용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화폐유통시스템 주요 참가기관들이 화폐취급업무를 축소함에 따라 공적 화폐유통시스템도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작용이 커지자 각국에서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스웨덴은 상업은행의 현금 취급 업무를 의무화하는 '지급결제서비스법' 개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상업은행 지점이 폐쇄된 지역 주민들이 우체국을 통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에산을 지원하고 무료 ATM 수가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현금결제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거래 측면에서는 현금없는 사회로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현금결제 비중은 2018년 기준 19%(금액기준)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화폐발행잔액은 아직까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미리 필요한 대응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모든 국민이 화폐 사용에 어떠한 불편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현금없는 사회와 관련된 국내외 동향과 주요국의 대응조치 등을 면밀히 점검해 국민의 현금 접근성과 현금 사용 선택권 유지를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