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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여러 채 사들인 '수상한 일용직'…국세청, 조사 착수

아파트 여러 채 사들인 '수상한 일용직'…국세청, 조사 착수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2.02.03

#1. 일용직 근로자 A씨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다수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명품 쇼핑, 국외 여행에 나서는 등 호화 사치 생활을 누렸다. 부동산 취득 자금과 생활비 대비 소득이 적은 점을 수상히 여긴 국세청이 A씨의 금전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어머니가 본인 소유 부동산을 양도하며 그 대금을 편법으로 증여하고, 대출 이자까지 대신 내준 혐의가 드러났다.

#2. 벌이가 변변찮은 B·C씨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를 구매하고 비싼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이 자금을 편법으로 받고, 은행에 낼 대출 원리금까지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B·C씨는 아버지 병원에 근무하지 않으면서도 직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 가짜의 급여를 받고 아버지 명의의 신용 카드를 쓰며 호화 사치 생활을 누리기까지 했다.

#3. 직장인 D씨는 본인 부동산에 끼어 있던 수십억원의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고 근저당권을 말소했다. 평범한 직장인 급여로는 일시 상환이 불가능한 규모였다.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아 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D씨는 또 생활비는 아버지 명의의 신용 카드로 모두 해결하고 본인 소득은 모두 저축해 자산을 불리는 등 변칙 증여 혐의까지 드러났다.
#4. E씨는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서도 부동산을 사들이고 창업에 나서는 등 돈을 펑펑 썼다. 국세청 조사 결과 고액 자산가인 아버지로부터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아 부동산을 구매한 뒤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수십억원을 빌려 창업 자금 등으로 썼다. 이후 대출 원리금은 아버지가 대신 갚게 하면서도 근저당액은 애초 채권 최고액으로 유지하며 채무 상환 사실을 은닉하기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3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B·C·D·E씨를 포함해 총 227명의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부모 찬스'를 이용해 손쉽게 부동산을 사들이고 대출 원리금은 갚지 않은 탈루 혐의자들이다. 이들은 부모 명의의 신용 카드를 쓰고 자신의 소득은 저축하는 변칙 증여를 받기도 했다.
고가의 부동산을 산 뒤 부모 재산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고 부모 명의의 신용 카드로 호화 사치 생활을 누린 41명, 고가의 부동산을 샀으나 소득이 낮아 변칙 증여가 의심되는 52명, 부담부 증여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부모에게 떠넘긴 87명, 미성년 자녀에게 고가의 재산을 사준 신종 업종 종사자 47명이다.
이번 조사 대상 전원은 10~30대 연소자다. 가장 어린 사람은 17세, 최고령자는 38세다. 소득 대비 과도하게 비싼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빚 상환 부담을 부모에게 떠넘긴 혐의자를 중점적으로 선정했다. 또 일부는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로서 신고하지 않은 '그림자 소득'으로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들의 대출 원리금 증감 내역과 소득·소비 패턴 분석을 강화해 자력 없이 재산을 취득하거나 대출을 갚은 혐의가 드러나는 즉시 자금 출처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검증 시스템을 정교화했다. 재산 취득 과정에서 생긴 채무는 본인 자력으로 상환하는지를 끝까지 확인해 편법 증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각오다.
박 국장은 "앞으로 계층 간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게 만드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더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면서 "성실 신고가 최선의 절세이므로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