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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까치밥’ 홍시와 생태의식

[강판권 교수님] ‘까치밥’ 홍시와 생태의식

by 강판권 교수님 2018.12.17

홍시는 감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감나무의 붉게 익은 열매를 뜻한다. 홍시는 전통시대에는 효를 상징하는 열매였다. 추운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간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시는 자식이 겨울에 부모를 봉양하는 데 긴요했다. 요즘은 흔하고 흔한 것이 홍시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홍시는 결코 흔하지 않았다. 홍시가 지금처럼 흔한 과일로 자리 잡은 것은 감과 곶감 및 감잎이 상품화 단계에 이르는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홍시가 귀했던 전통시대에는 홍시와 관련한 얘기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까치밥’은 홍시에 대한 사람들의 ‘생태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람들이 홍시를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것은 추운 겨울에 혹시 까치가 먹을 것이 없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까치의 겨울나기를 염려하는 마음이 곧 생태의식이다. 사람들의 이 같은 태도는 까치를 자신처럼 생명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까치를 자신의 생명처럼 생각하는 생명의식이 곧 생태의식의 출발이다. 생태의식은 여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만든다. 현대인들이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결코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서가 아니라 가치의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바쁘게 돌아가지 않는다. 인간이 경험하는 우주는 오랜 과거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쁨과 느림은 모두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다.
감나무의 열매를 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키가 크게 자란 감나무의 열매를 따는 일은 아주 힘든 노동을 요구한다. 키가 큰 감나무의 열매를 따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열매를 따는 도구가 많지 않다는 점 외에도 나무에 직접 올라가서 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감나무는 가지가 쉽게 부러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딸이 감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특별히 경계했다. 그러나 감나무는 아주 유용한 나무였다. 그래서 중국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를 비롯해서 옛 문헌에는 감나무를 칭송한 내용이 적지 않다. 감나무를 예찬한 내용 중에서도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넉넉한 그늘, 가을의 단풍, 글씨 쓰기 등이다. 감나무의 잎은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도 잎이 아주 큰 편에 속한다. 그래서 감나무의 잎은 여름에 그늘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감나무의 잎은 종이가 귀한 시절에는 붓글씨를 쓸 수 있을 만큼 크면서도 두텁다. 나도 간혹 감잎에 글씨를 쓰곤 한다. 감나무 잎의 단풍도 아주 곱고 아름답다.
감나무는 다섯 가지 색을 가진 나무로 유명하다. 감나무의 줄기는 나이가 들수록 검은색을 띤다. 감나무의 부모에 해당하는 고욤나무의 줄기도 나이가 들면 새까맣게 변한다. 감나무의 잎은 단풍이 들기 전에는 푸른색이다. 감나무의 잎은 상당히 두터운 반면 고욤나무의 잎은 상대적으로 얇다. 감나무의 꽃은 노란색이고, 잎은 붉게 물든다. 감나무의 열매를 말린 곶감은 발효하면서 흰 가루를 내뿜는다. 이처럼 감나무는 검은색,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흰색 등 다섯 가지 색을 띠는 아주 매력적인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