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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신뢰에 대한 상

[한희철 목사님] 신뢰에 대한 상

by 한희철 목사님 2019.04.24

누군가가 무너졌던 삶에서 재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여간 감동적인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보란 듯이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고 거룩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넘어지고 저기서 일어설 수는 없는 법,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넘어진 자리에서 사투 끝에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이기도 해서, 그가 누구이든 동일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한 때는 ‘골프 황제’라 불렸던 타이거 우즈가 있습니다. 최정상의 자리에 오래도록 군림하던 그가 한순간 고꾸라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도 하나의 인간이었습니다. 이혼과 약물 중독, 부상과 수술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악재 앞에서 우즈는 추락을 계속했습니다. 오랫동안 세계를 호령하던 우즈의 세계 랭킹이 1199위까지 떨어졌으니, 그의 심경이 어떠했을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우즈가 다시 재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이들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그는 한물간 선수일 뿐이었고, 여전히 골프채를 잡고 있는 것이 욕심처럼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즈는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세계 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리는데 자그마치 4년 8개월이 걸렸습니다. 좌절과 절망으로 깊은 나락에 빠진 시간을 이겨낸, 뼈를 깎는 기간이었겠지요. 자신을 바라보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었다는 말이, 예전 같지 않은 그가 더욱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눈물로 지켜보았다는 한 지인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소식과 함께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스포츠 베팅에서 우승 예상자를 타이거 우즈로 정하고 1억여 원을 걸어 14억 원을 받게 된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 위스콘신 주에 사는 아두치라는 39세 남성인데, 그가 스포츠 베팅에 돈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우즈가 우승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면서, 우즈가 자신의 아이들 앞에서 반드시 메이저 우승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두치가 돈이 많아 1억 원을 베팅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주택 담보 대출 등 은행 빚이 만만치 않게 있고 심지어는 자신의 집에 케이블 TV도 없어 아버지 집에서 중계를 지켜봤을 정도였습니다. 아두치는 감당할 수 있는 액수만큼을 베팅했고,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반대했다가 우즈가 실제로 우승하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 동의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아두치가 받게 된 배당금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한 사람을 신뢰한 결과에 대한 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두치에게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를 신뢰한 결과가 좋은 일로 찾아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