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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감나무와 감사

[강판권 교수님] 감나무와 감사

by 강판권 교수님 2020.01.28

같은 소리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는 감나무를 생각하면서 감사를 떠올린다. 감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감나무는 열매가 달콤해서 붙인 이름이다. 단 맛과 감사는 소리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뜻도 통한다. 감나무의 학명에도 단 맛을 강조하고 있다. 단 맛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맛이다. 사람들이 단 맛을 즐기는 것은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감나무가 만든 열매도 익으면 닷 맛을 낸다. 감사는 어떤 행위에 대한 닷 맛의 표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나무를 아주 좋아한다. 특히 감나무의 열매는 겨울철 간식으로 아주 좋다. 홍시는 아주 붉어서 식욕을 크게 자극한다. 경북 영천 출신의 조선시대 박인로의 「조홍시가」에서 보듯이 홍시는 효도를 상징한다. 감을 말린 곶감은 제사상에도 오를 만큼 인기가 높다. 조선시대에는 감이 조공품목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감나무는 경상북도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살고 있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이다. 이곳 감나무의 나이는 530살이다. 이곳의 감나무는 아직도 적잖은 감을 생산할 만큼 건강하다. 물론 몸 전체는 상처투성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이곳 감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나이도 가장 많지만 고욤나무에서 접붙인 감나무라는 점에서도 아주 귀한 존재다. 그러나 이곳의 감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지 못했다. 상주시가 천연기념물 지정에 큰 공을 들였지만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기념물 감나무는 경남 의령군 백곡리에 살고 있는 450살의 감나무가 차지했다.
나는 의령의 감나무를 여러 차례 만났다. 마을 입구에 살고 있는 감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네 분들이 가지에 그네를 만들어놓았다.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서 그네를 타다 보면 부러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에는 그네를 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동네 분들이 이 나무를 관리하지 않고 국가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에서 관리한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감나무는 백곡 마을 분들이 사랑한 덕분에 큰 영광을 얻었다. 그래서 여전히 이곳 마을 분들이 사랑할 때만 하늘이 준 생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나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감을 생각하면 부모님을 떠올린다. 고향 가면 늘 계시는 부모님처럼 고향 집 담장 근처나 텃밭 주변에 늘 감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겨울철에 엄마가 옹기 안에 넣어두었던 감을 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 때문이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감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감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큰아버지 댁에는 90살 정도의 감나무 한 그루가 대문 앞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큰아버지 댁의 감나무가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제 고향에 부모님도 계시지 않고 추억의 감나무마저 세상을 떠나버리니, 고향 갈 일도 거의 없다. 중국 전국시대의 맹자는 큰 나무가 살고 있는 곳이 고국(故國)이 아니라 큰 인물이 있어야 고국이라 했지만, 감나무는 고향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