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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나무의 새해맞이

[강판권 교수님] 나무의 새해맞이

by 강판권 교수님 2018.12.31

한 해는 언제나 다사다난하다. 세상은 늘 복잡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세상이 다사다난하면 나무의 삶도 다사다난하다. 나무들도 세상의 복잡한 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새해를 의미 있게 맞이하고 싶어 한다.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한 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찰이 필요하다. 성찰은 지난 한 해를 아주 자세하게 살피는 과정을 의미한다. 성찰의 대상은 지난 한 해 동안의 불필요한 것들이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한자는 신(新)이다. 한자 신은 ‘나무 위에서 도끼로 가지를 자른다’는 뜻이다. 나무의 경우 묵은 것을 잘라야만 새로운 가지가 생긴다. 나무는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한다. 갈잎나무의 경우 해마다 잎을 떨어뜨린 후 다시 새로운 잎을 만든다. 나무들이 잎을 만들고 떨어뜨리길 반복하는 것은 성장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래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묵은 것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것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은 해마다 반복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송구영신을 경험하지만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결과가 다른 것은 계획과 실천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해마다 나무와 관련한 새로운 저서를 계획한다. 저서를 완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무와의 만남이다. 나무를 만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지만 종종 같은 장소의 나무를 여러 차례 만난다. 내가 같은 장소의 나무를 여러 차례 만나는 것은 나무는 만날 때마다 새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나무의 모습이 다른 것은 나무 자체가 해마다 새로운 모습을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나무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새로운 마음을 갖지 못하면 나무가 아무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느티나무가 해마다 꽃을 만들어 열매를 만들지만 알아차리지 못한다. 30년이 넘은 은행나무의 암그루는 해마다 꽃을 피우지만 해마다 꽃은 보는 사람은 드물다.
앞으로의 세상은 해마다 빠르게 변한다. 인간이 만드는 기술은 해마다 가속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제1차 산업혁명에서 제2차 산업혁명까지 걸린 기간은 약 90년 정도, 제2차 산업혁명에서 제3차 산업혁명까지 걸린 기간은 약 100년 정도, 제3차 산업혁명에서 제4차 산업혁명까지 걸린 기간은 약 50년 정도였다. 국가와 개인의 장래는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렸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는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도 변화의 속도에 비례해서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도 대부분 변화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사회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와 개인 모두 갈잎나무처럼 매년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