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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그만한 머리와 열정이라면

[한희철 목사님] 그만한 머리와 열정이라면

by 한희철 목사님 2019.01.09

지난주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다음 날 나눌 말씀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 소리가 보이스톡 소리였습니다.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니 아들,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독일을 다니러 간 아들이 오랜만에 전화를 했으니 반가울 수밖에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겠습니까? 전화를 받자 제게 전해진 것은 아들의 울음소리였습니다. 고통스럽게 울며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 나 어떡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요. 무슨 일이냐고, 차분하게 말해 보라고 하자 칼에 찔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에 나간 아이가 칼에 찔렸다니,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치료는 받은 건지, 병원을 찾은 건지, 마음은 더 다급해졌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찔린 것인지를 묻자 아들은 생각하지 못한 말을 합니다. “한국 사람이 찔렀어요.”
다급한 내 심정과는 달리 아들은 내내 흐느껴 울면서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고통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묻자, 자신을 찌른 이가 옆에 있다고 했습니다. 낯선 외국에서 한국 사람에게 납치를 당해 위해를 당하고 있다 생각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후-”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옆에 있다는 한국 사람이 전화를 받아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댁의 아들이 옆에 있으니 엉뚱한 짓 하지 마라, 경찰에 신고하면 내 손에 든 칼로 아들을 해치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돈이다.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그 순간 대번 짐작이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나 지금 바쁘니 전화를 끊으라고 하자 “어, 어, 어?” 하며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얼른 아들에게 연락을 하여 안부를 물으니 잘 지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을 설명한 뒤 몸조심하며 건강하게 잘 지내라 하고는 통화를 끝냈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경찰서로 전화를 했지요. 혹시라도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며 방금 전 전화를 받았던 핸드폰을 보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발신자가 아들 이름은 맞는데, 이름 옆에 프로필 사진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이름만 도용을 한 것이었습니다. 더 놀란 것은 경찰과 통화를 하고 있는 사이 핸드폰에 남아 있던 아들 이름이 다른 이름으로 바뀐 것입니다. 통화를 할 때도 분명 목소리와 말투는 영락없는 아들이었으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람이 찔렀다는 것을 보면 아들이 외국에 나간 것도 알고 있었다는 뜻일 터, 그들의 수법이 얼마나 치밀한 것인지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주변에 이런 일로 피해를 당한 분도 보았거니와, 점점 더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씁쓸하고 허전했던 것은 그만한 머리와 열정을 좋은 일에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멋진 일들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참으로 컸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