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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팽이>가 돌아가듯

[김민정 박사님] <팽이>가 돌아가듯

by 김민정 박사님 2019.02.11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 이우걸, 「팽이」 전문

며칠 전 음력설을 지나면서, 고운 설빔을 입은 아이가 팽이를 신나게 돌리고 있는 그림을 보았다. 우리들의 겨울 풍경, 예전의 설날 풍경이기도 하다. 필자도 어렸을 때 팽이를 몇 번 돌려보기도 했는데, 주로 남자아이들의 놀이였기 때문인지 몇 번 돌리지 못하고 쓰러뜨리곤 하여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팽이가 쓰러지려고 할 때, 팽이채로 때려줘야지만 쓰러지지 않고 더 빨리 더욱 팽팽히 돌아가던 팽이가 기억난다. 물론 팽이채가 빗나가거나 팽이채로 엉뚱한 곳을 쳐서 잘못 건드리면 팽이는 그 순간 금방 쓰러지고 만다. 알맞은 곳을, 알맞은 세기로 쳐야 팽이가 살아나 쓰러지지 않고 더 꼿꼿이 돌아가던, 유년의 장난감 팽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짧은 시조에서 삶의 현실, 삶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우리의 삶도 끊임없는 채찍질 속에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남들이 보기에는 꽃길만 걷는 것 같이 화려해 보이는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를 맞으며 꼿꼿해지는 팽이처럼 그렇게 수많은 고통을 건너 피우는 한 송이 꽃일 것이다.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처럼 말이다. 핍박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만큼 삶에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의 모습을 시인은 팽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한 인간의 내면적 고통 속에서도 ‘무지개’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는 삶을 추구하는 끈질긴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또다시 입춘을 지나 계절은 봄을 향해 가고 있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햇살의 따스함 속에 벌써 봄이 느껴진다. 모진 추위와 눈보라의 시련 속에서도 나무들은 꽃과 잎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아니 남쪽에서는 매화 소식, 진달래 소식이 이미 들려오고 있으니, 이미 봄은 우리들에게 닿아 있다.
올해도 우리들의 삶이 팽이처럼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하여, 아니 더욱 아름다운 삶을 펼치기 위하여 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끌어안으며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에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고, 공짜도 없다는 것이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사랑도, 우정도, 성공도 얻을 수 있다. 돌고 있는 팽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채찍질이 필요하듯, 잘 가고 있다고 자신의 삶에 대해 자만하지 말고 주마가편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시조를 감상해 본다. 팽이에게는 가혹한 매가, 매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지탱시켜주는 힘이고 의지이고 꿈인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모든 것은 긍정도, 부정도 될 수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는 날까지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쓰러지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더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새롭게 한 해를 다짐하는기해년, 황금돼지해이다. 독자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시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부자도 되시고, 하시는 일마다 대박 나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