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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만개한 꽃, 그 순간의 절정을 감상하라

[정운 스님] 만개한 꽃, 그 순간의 절정을 감상하라

by 정운 스님 2019.04.23

거의 10년이 넘도록 바쁜 생활이었다. 봄에 꽃을 보며 생명의 잉태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고, 가을 낙엽을 보면서 낭만에 들지 못했다. 아마 독자님들은 ‘스님이 왜 그렇게 바쁘게 살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원고 쓰는 일이 늘 나를 기다렸고, 강사 신분이다 보니 강의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나의 변론이다. 아니 스스로 그런 바쁨을 자초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3월 말경, 전라도 김제 금산사에서 목련을 본 뒤에 고창 선운사에서 동백꽃을 보았다. 마침 만개한 꽃이 아니라 한창 봉오리로 여물어 있는 꽃이었다. 꽃봉오리를 보면서 서규정(1949~ )님의 ‘낙화’ 시를 떠올렸다.

만개한 벚꽃 한 송이를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

아름다움과 절정을 바라본 그 순간은 인생에서 단 한 번뿐임을 마음에 각인했다. 마음에 각인된 그 순간의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은 영원한 삶 속에 자리 잡는다. 흐르는 물은 항상 가득하지 않고, 맹렬한 불길도 계속 타는 것이 아니며, 해는 떴다가 어느덧 지고, 보름달도 찼다 싶으면 금세 기운다. 꽃의 만개도 한순간이다. 그러니 무엇에 집착해 머물러 있으며, 무엇을 탐하여 인생을 낭비해야 하는가?
당나라 때 운문 스님(864~949)은 늘 사람들에게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말했다. 불교 신자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말로서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라는 뜻이다. 무엇이 좋은 날이라는 뜻인가? 바로 ‘매일 매일이 최상·최고의 날’이며, ‘매일 매일이 둘도 없는 가장 소중한 하루’라는 것이다. 그 ‘날[日]’이라고 하지만, 시시각각 그 순간이 담겨 있다. 그러니 아름다운 꽃을 보는 그 순간도 단 한 번이다. ‘내일 봐야지!’ 하면 벌써 늦는다.
그렇다면 그 순간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가? ‘날마다 좋은 날[그 순간이 좋기 위해서]’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강의 때마다 수업 시작 때, 학생들에게 명상을 시키면서 ‘나는 행복하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라고 한다. 바로 이 점을 말한다. 행복과 기쁨을 스스로 만끽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그 순간순간이 값진 것이요, 소중한 삶이다. 예수님 말씀에도 “항상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매사에 감사하라.”고 하였다.
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日]이 되어야 달마다 달마다 좋은 달[月]이 될 것이요, 달마다 달마다 좋은 달[月]이 되어야 해마다 해마다 좋은 해[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