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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모든 존재에 대한 예의

[정운 스님] 모든 존재에 대한 예의

by 정운 스님 2019.07.09

청나라 말기 허운(1840~1959) 스님이 운남성 대리大理 만수사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한낮에 갑자기 황소 한 마리가 사찰로 뛰어들어 왔다. 이어서 황소 뒤에 5~6명의 백정이 헐레벌떡 따라 들어왔다. 이 황소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중 탈출해서 사찰로 들어온 것이다. 허운스님은 그들에게 말했다.
“황소도 불성佛性이 있어 부처님의 보호를 받고자 이곳에 찾아온 것이니, 내가 대신 소 값을 지불하면 어떻겠습니까?”
스님은 백정들에게 소 값을 계산해주고, 소에게 계를 설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전생에 나쁜 업業으로 이번 생에 축생이 되었으니, 부처님 경전을 싣고 내가 사는 축성사로 돌아가서 사찰 도량에서 나와 함께 살도록 하자.”
며칠 후 스님은 수백 킬로 떨어진 사찰까지 황소를 끌고 갔다. 이후 황소는 사찰 도량에서 자유로이 살다가 죽었는데, 스님은 후하게 장사를 치러주었다.
이 내용은 필자가 10년 전에 저술한 ‘허운평전’을 인용한 것이다. 간만에 허운스님이 황소를 구제한 내용이 떠올랐다. 계기가 된 것은 주한미군 군산기지에서 8년간 순찰업무를 수행해온 군견이 죽어 장사를 지내주는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아서이다.
19년 6월 22일 미 군사전문지 성조지에 따르면, 미군 군산기지는 지난 18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군견 ‘오이비’가 병사했다고 밝히며 장례식을 개최한 소식을 공지했다. 참석자 전원은 정복을 착용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존 휘스만 병장은 “우리는 오이비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오이비는 숨을 거두었다. 개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조차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또 오이비는 기상 악조건 속에서도 매일같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었다며 고마움을 전한 미군도 있었다. 미 텍사스주 랙랜드 공군기지에서 첫 임무를 맡았던 오이비는 지난 2011년 군산기지에 배치돼 8년간 폭발물 탐색과 기지 순찰업무 등을 수행해왔다. 이 오이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경호 작전에도 투입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자세히 설명하면, 마치 사람 장례식처럼 미군 몇 명이 오이비에게 미국 국기 성조기로 몸을 덮어 주고, 거수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앞에서 불성에 대해 언급했는데, 불성이란 모든 중생이 석가모니부처님처럼 깨달을 수 있는 본 성품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미타경>에 “조류와 식물들도 진리를 듣는데 익숙하다.”, <열반경>에는 “초목국토인 무정물도 다 성불한다[草木國土 悉皆成佛]”고 하였다. 실은 축생이나 식물은 깨달을 수 없지만, 불교 진리에서 축생과 식물이 모두 불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는 모든 동식물에 대해 존중해주는 의미이다.
근자에 제주도에서 경주마로 실컷 부리다가 막대기로 잔인하게 말을 때려죽이는 장면이 미국 어느 방송에서 방영된 일이 있다. 또한 군견이 늙어 활동을 못하자, 아무 데나 방치해 죽게 만들거나 실험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군견이나 경주마는 평생 사람을 위해 살았는데, 쓸모 가치가 없다고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아니 어떤 존재이든 생명을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의 생명과 견주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