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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쟁우

[정운 스님] 쟁우

by 정운 스님 2019.07.26

누구나 어떤 사람이든 자신을 둘러싸고 여러 벗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님! 그대 주위에 어떤 부류의 벗들이 있는가? 주위를 둘러보라.
자신에게 칭찬만 하고 이익을 주는 벗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그릇된 점을 지적하거나 충고해주는 벗도 있을 것이다. 전자도 좋은 친구이지만, 후자도 인생에 꼭 필요한 친구이다.
후자를 쟁우錚友라고 할 수 있는데, 머리 위에 매달린 경종처럼 자신이 그릇된 길을 갈 때, 인도해주는 벗이라는 뜻이다. 쟁우는 벗에게 단점을 지적해주면 불쾌할 줄 뻔히 알면서도 기꺼이 호통쳐주는 인연이다. 공자는 ‘진정한 친구는 힘들고 어려울 때 사심 없이 충고해주고,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쟁우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삼국지>에 촉나라[유비]ㆍ오나라[손권]ㆍ위나라[조조]가 등장한다. 위나라의 조조는 영토 확장을 위해 북방 변방의 오환족을 정벌하기로 마음먹고 신하들과 회의를 했다. 이때 신하 일부분은 ‘혹 조조가 변방을 정벌하러 갔을 때, 오나라와 촉나라가 쳐들어올지도 모르니 나라를 비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조조는 과감히 출정해 오환을 정복하고 돌아왔다. 전쟁에서 돌아온 조조는 신하들을 모두 불러 놓고, 상을 내렸다. 그런데 전쟁터에 함께 나가 오환족을 점령했던 장군들에게만 상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벌을 극구 반대했던 신하들에게도 똑같이 포상을 내렸다. 실은 전쟁에 반대했던 신하들은 죽음을 당하거나 경책 받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포상을 내리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조조가 말했다.
“변방 북방 정벌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나는 운이 좋았고, 하늘의 도움이 있었다. 반대한 신하들도 내게 충고를 주었으니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앞으로 누구라도 소신 있는 의견을 내야 할 것이네.”
과연 이 글을 읽는 독자님께서는 조조처럼 할 수 있을까요?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하면, 상대를 비난하고 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으로 간사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자신을 칭찬하거나 아부하는 이에게는 후한 점수를 매긴다. 나이 들어갈수록 지혜로워야 하는데,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역사에 도원결의[유비ㆍ장비ㆍ관우]나 관포지교 등 좋은 우정만 전한다. 불교에서도 부처님의 십대 제자인 사리불과 목련존자는 우정이 깊었다. 두 분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 “누군가 좋은 선지식을 먼저 만나면, 함께 찾아가자”는 약속을 했었다. 사리불존자가 먼저 부처님을 알고, 목련존자를 이끌어 함께 교단에 들어왔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져보자. 자신에게 쟁우가 있다면, 자신을 키워주는 벗으로 여기자. 반면 자신을 칭찬하거나 아부하는 벗에게는 한발 물러나 일의 정황을 관조해보자. 달달한 약보다 쓴 약이 신체 건강에 좋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