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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함께 사는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한희철 목사님] 함께 사는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by 한희철 목사님 2019.09.11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장로님 한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간단하게 안부를 물으시더니 대뜸 소식을 들었느냐 묻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소식을 말하는 것인지 짐작이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성격이 급한 분이 아니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교우가 우리나라를 떠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떠나기로 했다는 분과 아침에 전화를 할 때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한국을 떠나다니, 그새 무슨 큰일이 생긴 것일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전화를 건 장로님은 소식을 듣고는 너무 놀라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받은 문자를 내게 보내주겠다고 하며 장로님은 전화를 끊었고, 그 잠깐 사이에 한국을 떠나겠다는 교우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를 묻자 설명을 하는 대신 문자를 보내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할 수 없는 일이 생겼구나, 마음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작별 인사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문자가 잠시 뒤에 왔습니다.
<아쉽지만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저는 이제 한국을 떠나려 합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지만 오랜 여운을 간직한 채 다음을 기약하고 저 역시 다른 모습 다른 얼굴로 찾아뵐 수 있는 그 날을 기약하며 떠날 준비를 하렵니다. 저 때문에 본의 아니게 힘들고 괴롭고 지친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리는 바입니다. 모두들 건승 하시고 저 떠난다고 너무 마음 아파하거나 아쉬워하지 말아 주세요. 저도 막상 떠나려 하니 마음은 내키지 않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이 심정 아프기만 합니다. 자~ 그럼 모두들 안녕히..>
한 줄 한 줄 읽는데 가슴이 떨렸습니다. 무슨 일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불안함으로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구절을 읽는 순간 내내 돌덩이 같았던 마음은 폭소로 바뀌었습니다. 마지막 구절은 이랬습니다. <2019년 "폭염" 올림>
물러가는 폭염을 두고 한 이야기였습니다. 교우의 유머가 지나쳤다며 웃고 있는데 조금 전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한 장로님이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염려한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니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라 이야기를 했지만, 장로님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쓴 ‘폭염’이라는 말을 교우의 호로 생각을 할 만큼 충격이 컸던 탓이었습니다.
나중에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 ‘폭염’ 문자가 화제가 되었을 때 덕담 삼아 모인 교우들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일에 크게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누가 떠난다고 하니 서로 마음 아파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말이지요. 우리나라를 떠난다 해도 이리 놀라고 서운했으니 이 세상 떠날 때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함께 지내는 시간,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새삼스레 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