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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아세안인 없는 아세안휴양림

[이규섭 시인님] 아세안인 없는 아세안휴양림

by 이규섭 시인님 2019.09.16

자연휴양림서 하룻밤 묵으며 동남아 10개국을 둘러봤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브루나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전통 가옥 특색을 살린 숲속의 집들이 산자락에 올망졸망 둥지를 틀었다. 나라별로 개성이 도드라진다. 각국 건물 앞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조잡하기는 해도 안내문을 읽으며 문화의 단면을 이해할 수 있다. 외부는 목조 건물로 아담하고 소박하다. 내부는 리조트형 현대시설을 갖췄다.
수도권과 가까운 양주에 위치한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을 최근 다녀왔다. 이런 시설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2009년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기념하여 추진됐으며 2015년 10월 문을 열었다. 외관이 독특하기로는 인도네시아 건물이다. 지붕의 양끝이 곤돌라처럼 솟아 마치 배를 지붕에 올려놓은 형상이다. 외벽의 무늬도 화려하다. 인도네시아 슬라웨시섬 남부와 중앙에 거주하는 또라자족의 주거양식인 통고난 하우스를 모방했다고 한다. 바다를 통해 북쪽에서 슬라웨시섬으로 흘러들어왔다는 부족의 전설을 상징한다. 숲 속 가장 위쪽에 위치해 있어 전망이 좋다.
수상가옥 형태로 지은 브루나이 숲속의 집도 이색적이다. 1층을 작은 연못처럼 꾸며 놓았다. 연잎과 플랑크톤이 떠 있어 커다란 수반 같다.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의 수상마을 캄퐁아에르의 텅컵 하우스 형태라는 것. 필리핀 숲속의 집은 지붕부터 외관까지 대나무를 사용하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필리핀 중·북부지방에 사는 킨족의 대표적 주거 형태로 사계절 덥고 습한 지역에 잘 어울리겠다.
라오스는 각 민족마다 생활습관이 반영된 지대에 거주한다. 라오룸족은 저지대 계곡, 라오퉁족은 산기슭, 라오궁족은 산꼭대기에 집을 짓는다. 라오룸족의 라와하우스를 본 떠 지었다. 라오스 사람들의 낙천적 정서가 깃들어 소박하다. 일행이 묵었던 미얀마 연립동은 현지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주택형식이라고 한다. 옛 수도 양곤 국립민속마을에 조성된 건축양식을 본 떠 지었다. 입구 조형물은 쉐다곤 파고다로 미얀마의 상징 불탑이다.
2층 발코니에 서니 청산이 푸른 이마를 드러낸 채 말갛게 웃는다. 여름 휴가철이 지나 한산하고 고즈넉하다. 실내에는 냉장고, 싱크대, 밥통과 그릇이 준비돼 있어 취사에 편리하다. 편의시설이 없어 꼼꼼하게 챙겨가야 한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산책하기 좋은 숲길 코스가 다양하다. 이른 새벽 산책 나갔다가 모기떼의 극성에 되돌아왔다. 숲 해설, 아세안 각국의 전통의상 체험, 베트남의 균형 잡힌 잠자리 ‘쭈온쭈온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연휴양림 입구 방문자안내센터는 한옥으로 너무 크게 지어 숲속의 집들에게 고압적으로 비쳐진다. 아세안휴양림에 아세안인은 없고 대부분 한국인이 이용한다니 설립취지에 어긋난다. 주객이 전도됐다. 주한 아세안 회원국의 근로자, 학생, 다문화가정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우선예약제는 있으나 마나다. 아세안인들이 고향이 그리울 때 찾아와 향수를 달래며 쉬어갈 수 있게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