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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하늘처럼 땅같이

[강판권 교수님] 하늘처럼 땅같이

by 강판권 교수님 2019.09.17

하늘과 땅은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명체가 존재하는 조건이다. 그래서 생명체는 하늘과 땅의 이치인 천리와 지리를 터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하늘과 땅의 이치를 완전히 알 수 없다. 하늘과 땅은 생명체들이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정말 넓고 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체들은 순응과 순리를 배우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늘과 땅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간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하늘과 땅의 변화를 읽고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은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동안 인간이 발견한 법칙이 별로 가치가 없을 때가 적지 않다.
인간은 매일 천지도 모르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천지를 모를 것이다. 나도 매일 천지를 살피면서 살지만 천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없다. 그저 천지를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천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삶이 훨씬 윤택할 것이다. 천지를 안다는 것은 곧 자신을 안다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의 몸도 천지의 이치가 숨어 있지만 대부분 내재한 천지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이 매일 살아간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몸속에 숨어 있는 천지와 같은 이치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요즘 나무는 가을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라 차근차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무들의 삶은 무척 아름답다. 나무들의 아름다운 삶은 열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나무를 비롯한 식물이 만든 열매를 보고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 부른다. 나무들은 각각 자신만의 모습을 닮은 열매를 만든다. 나무마다 만든 열매를 관찰하면 무척 즐겁다. 열매는 대부분 둥근 모양을 닮았다. 나무가 열매를 둥글게 만든 것은 둥근 하늘을 닮아서이기도 하지만 골고루 햇볕을 받기 위해서다. 햇볕을 골고루 받아야만 열매를 성숙시킬 수 있고, 열매를 성숙시켜야 후손을 만들 수 있다.
누구나 결실을 기대한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기대만큼의 결실은 얻을 수 없다. 결과는 결실의 다른 말이다. 하루 종일 쉼 없이 움직여야만 기대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지만, 게으름피우느라 하루 종일 성실하게 살기란 무척 어렵다. 나는 길을 가다가도 하늘과 땅을 바라본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구름을 만나고, 구름을 만나면서 바람을 맞는다. 하늘의 기운을 온몸으로 맡는 순간,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매일 하늘과 땅을 바라볼 수 없다. 그러나 나무들은 한순간도 하늘과 땅을 느끼지 않은 때가 없다. 그래서 나무는 자신이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다. 물론 비바람이나 이상 기후 때문에 기대한 만큼의 결실을 얻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나무의 탓이 아니라 천지의 탓이다. 중국의 고전 서경에서 언급했듯이, 하늘의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자신이 만든 재앙은 피할 수가 없다. 나무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다음은 천지의 몫이다. 천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생명체는 자신의 몫만 충실하게 할 뿐이다. 결실의 계절에 인간이 할 일도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덥던 여름이 지나 어느새 가을이 오듯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만, 하늘처럼 땅같이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몫을 다해야만, 나무의 열매처럼 아름다운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래야만 누군가에게 열매를 나눌 수 있다. 결과는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분배할 때 더욱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