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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한국과 일본: 소나무와 삼나무

[강판권 교수님] 한국과 일본: 소나무와 삼나무

by 강판권 교수님 2019.09.30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와 낙우송과의 늘푸른큰키나무 삼나무는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건축, 예술, 문화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나무와 삼나무의 생태를 알아야만 한다. 한국인은 소나무의 생태를, 일본인은 삼나무의 생태를 닮았기 때문이다. 어떤 민족이든 자신이 살고 있는 자연생태를 닮는다. 나무를 통해서 한 민족을 이해하는 것은 생태방법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족을 이해하는데 생태방법론을 사용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나무는 고정생장하는 반면 삼나무는 자유생장한다. 고정생장의 나무는 기간 내에 일정하게 자라지만 자유생장은 기간 내에 자유롭게 자란다. 고정생장 나무와 자유생장 나무의 차이를 알려면 심재를 봐야한다. 고정생장의 나무는 심재가 단단한 반면 자유생장나무는 심재가 부드럽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고정생장나무의 키는 대체로 자유생장나무보다 작다. 그래서 소나무는 삼나무보다 키가 작게 자란다. 두 나무의 이 같은 특징은 양국 간 목조 건축의 특성을 결정한다. 일본 목조 건물의 규모가 우리나라 목조 건물보다 큰 것도 나무가 결정한다.
산업혁명 이전까지의 목재시대에는 전쟁에 사용하는 배, 즉 병선도 나무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병선은 대부분 소나무로 만들었고, 일본의 병선은 대부분 삼나무로 만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소나무로 만든 병선 덕분이었다. 당시의 해전은 상대방의 배를 들어 박아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소나무로 만든 조선의 배는 삼나무로 만든 일본의 배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이끄는 판옥선과 거북선은 일본의 안택선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거리상 아주 가까운 나라지만 역사와 문화 측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양국 간의 차이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생태다. 일본은 섬나라면서도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지역이 많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비교하면 주변 국가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특히 일본은 중국과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 보다 바다 때문에 중국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그래서 일본은 중국과 한국에서 실시한 과거제도가 없었다. 과거제도는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제도이자 일본이 중국 및 한국과 다른 현상을 설명할 때도 아주 긴요한 기준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양국 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역사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 때문이다. 일본의 오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관점이 절실하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나무의 아주 단단한 심재처럼 우리의 내실을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우리를 깔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극일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소나무의 심재를 만드는 부드러운 변재처럼 유연한 자세도 함께 갖춰야 한다. 외유내강의 소나무가 장수하는 것처럼 열강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온을 함께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