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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님] 하늘은 열렸는데 마음은 닫히고?

[김재은 대표님] 하늘은 열렸는데 마음은 닫히고?

by 김재은 대표님 2019.10.02

어린 시절, 지금은 구순이 된 아버지가 10월 이즈음이면 다녀오는 곳이 있었다.
고향 익산에서 열리던 마한제였는데 아마 그날이 10월 3일 개천절이었던 것 같다.
간식이나 군것질거리가 고작 고구마나 옥수수였던 시절, 아버지가 손에 껌 한 통이나 과자 한 봉지라도 들려있어서 지금까지 기억이 나는지도 모르지만.
삼한 중의 하나인 마한의 도읍지가 익산이었는데 고대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개천제례에 대한 전통이 있어왔고, 그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던 것이었으리라.
10월은 추수를 끝내고 농사를 다 마무리한 좋은 달이라는 뜻에서 ‘상달(上月)’이라 했고, 단군세기에는 ‘10월 상달에 나라에 큰 모임을 열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니’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開天)’의 본래의 뜻을 엄밀히 따질 때 단군조선의 건국일이라기보다는 이에 앞서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의 뜻을 받아 환웅(桓雄)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태백산(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어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날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성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개천절은 우리의 뿌리이자 정체성에 관한 부분으로 민족국가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명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늘이 열린 이 좋은 때에 세상은 갈등과 분열로 뒤엉킨 채 나뒹굴고 있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세상을 이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다스린다'는 제세이화(濟世理化)의 건국이념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본다.
배고픔과 굶주림 속에 압축성장의 시대를 살아오다 보니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고, 나만, 내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극한 이기주의가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삶 속에 빠져있다 보니 마음은 닫히고 작은 이해관계에도 반응하며 불만, 불평, 불신의 3불 시대를 자초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은 유기적이고 연결되어 있어 나만 뚝 떨어져 있는게 아닌데도 말이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많은 숫자들은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행복도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만의 성(城), 우리만의 울타리에 갇혀 많은 것을 가지고도 불행의 늪에서 쩔쩔매고 있는 어리석은 세상이다.
길은 있다.
움켜쥔 두 손을 펴고, 닫힌 마음을 열고 세상을 만나면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지나치게 이해를 따지는 소인배가 아니라 도량이 넓고 의리가 있는 대인의 삶을 지향하면 좋겠다. 또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대하는 똘레랑스의 삶은 어떤가.
개천절이다.
세상이 열렸으니 우리의 마음도 함께 열렸으면 좋겠다.
그냥 쉬는 공휴일이 아니라 나의 삶,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혹여 닫혀있는 마음의 빗장을 푸는 시간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열린 자에게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