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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시절인연

[정운 스님] 시절인연

by 정운 스님 2019.11.11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불리는 사막은 칠레의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아타카마’이다. 이 사막은 연평균 강수량이 15mm 정도로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다. 이 사막의 어느 지역은 4천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흔적이 있을 정도로 건조하다. 이렇게 선인장조차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곳에 몇 년 전 대 이변이 일어났다. 기상이변인 엘니뇨현상으로 아타카마 사막에 한바탕 비가 쏟아졌다. 당시 사막 일부 지역엔 하루에만 23㎜의 비가 내렸다.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할 일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일이 발생한 것은 그 다음 날이다. 비가 그친 다음 날부터 척박한 사막 땅 곳곳에 파란 싹이 돋아났다. 그러더니 그 싹에서 줄기가 생겨나고, 며칠이 지나 줄기에서 꽃망울이 맺히더니 온통 분홍색의 당아욱꽃이 만발했다. 지구상 가장 척박해 어떤 생명도 자라지 못할 곳이 꽃밭으로 뒤덮인 것이다. 꽃으로 인해 그곳이 사막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후 비가 내리지 않자, 다시 이전 척박한 사막으로 되돌아갔다. 그래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아무리 메마르고 척박한 곳일지라도 예쁜 생명을 생성시킬 능력이 있음을…. 언제고 다시 비가 내리면,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세계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간혹 몇 백년 혹은 몇 천년 만에 무덤 안에 있던 씨가 발견된 일이 있었다. 학자들이 이 씨를 땅에 심었더니 줄기가 자랐다. 필자는 이런 일련의 일에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단어를 떠올랐다. 시절인연은 사람 간이든 어떤 일에 있어서든 때가 되어 인연이 합해서 원하는 일이 성취되는 것을 뜻한다. 원래 이 말은 (참선ㆍ명상하는) 선禪 용어이다.
시절인연은 사람이 깨달을 수 있는 성품[불성ㆍ자성ㆍ본성]을 구족하고 있는데, 수행을 통해 어느 시기[인연]가 되어 깨닫는 것을 이른다. 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내용 중에도 이런 말이 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단지 솜털투성이의 한 마리 애벌레뿐인데 나의 내부에 그리고 당신의 내부에 한 마리의 나비가 들어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
우리 인간은 비록 애벌레처럼 부족한 인간이지만,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갖고 있다. 어느 시기가 되면, 아름다운 나비로 변할 수 있듯이 우리 인간도 무엇인가를 이룩할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나약함 때문이다. 나이키 창업자인 미국의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 1911~1999)은 이런 말을 하였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이미 당신 안에 갖추어져 있으니 그냥하기만 하라[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 Just do it].”
척박한 사막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나약한 그대일지라도 무한 능력을 구족하고 있다. 그대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