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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보물은 가까운 곳에 있다

[한희철 목사님] 보물은 가까운 곳에 있다

by 한희철 목사님 2019.12.18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유명한 말 때문일까요,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이 쓴 <팡세>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팡세’(Pensees)라는 말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파스칼이 죽은 뒤 그의 유족과 친척들이 파스칼이 썼던 글을 묶어 <종교 및 기타 주제에 대한 파스칼 씨의 팡세>라는 제목으로 펴냈는데, 그것이 <팡세>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팡세>에는 직업과 관련된 인상적인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인데, 그 선택은 우연한 기회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말이지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습관에 따라 어떤 사람을 석공으로 만들기도 하고, 군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어떤 분야의 장인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그 직업이 어떤 분야 무엇이든 간에 천부적으로 다양한 직업에 맞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그 일이 한 사람의 걸음을 평생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는 것을 평생 개미를 찾아다닌 한 학자를 통해서도 보게 됩니다. 미국 유타 대학의 생물학과 잭 롱기노 교수인데, 그는 개미 전문가입니다.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만 그는 평생을 새로운 개미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수십 년 동안 개미를 조사하기 위해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드물 것입니다. 그가 지금까지 발견한 새로운 개미가 모두 200여 종에 달한다니, 그의 수고와 업적에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여겨집니다.
얼마 전 롱기노 교수와 관련된 재미난 기사를 대했습니다. 최근 <사이언스데일리> 등 과학전문지들은 롱기노 교수가 신종 개미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개미를 발견한 곳이 뜻밖이었습니다. 이제껏 찾아간 적이 없었던 오지나 정글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발견을 했으니까요. 그야말로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에 딱 어울리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발견은 우연히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날 막 해가 져서 날이 어두워질 때였습니다. 마당을 산책 중이던 롱기노 교수의 눈에 개미 몇 마리가 땅속에서 나와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개미 전문가였기 때문이겠지요, 뭔가 개미는 특별해 보였고 다음날 개미를 찾기 위해 땅을 파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개미를 실험실로 가지고 가서 연구를 해본 결과 신종으로 드러났던 것이었습니다.
롱기노 교수에 따르면 그 개미는 토속종으로 적어도 100년 이상 땅속에서 살아왔는데 물을 인공적으로 농지에 공급하는 관개 등 인간의 개입으로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합니다. 롱기노 교수는 자신의 뒷마당에서 발견한 새로운 개미에게 ‘새로운 출현’이라는 의미의 학명(Strumigenys ananeotes)을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걷는 길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요? 내가 걷는 나의 길에서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는 일이 개미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