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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 교수님] 쥐똥나무와 경자년 새해

[강판권 교수님] 쥐똥나무와 경자년 새해

by 강판권 교수님 2020.01.13

꿈꾸는 새해는 언제나 빛난다. 사람마다 꿈의 내용은 다르지만 대부분 간지(干支)와 관련짓는다. 간지(干支)의 간은 나무의 줄기를 의미하는 ‘간(幹)’과 나무의 가지를 의미하는 ‘지(枝)’를 의미한다. 아울러 간과 지는 하늘과 땅을 뜻한다. 그래서 간은 천간(天干), 지는 지지(地支)라 부른다.
경자년의 ‘자’는 동물 중 쥐를 상징한다. 나는 경자년의 쥐를 생각하면서 식물의 이름에 동물의 이름을 붙인 경우를 살펴봤다. 쥐와 관련한 나무 이름은 물푸레나뭇과의 갈잎떨기나무 쥐똥나무다. 쥐똥나무는 열매가 익으면 쥐의 배설물인 ‘쥐똥’과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쥐똥나무는 나의 나무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경자년을 아주 즐겁게 맞았다. 나는 나무 공부를 시작할 때 쥐똥나무의 이름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다. 존귀한 나무의 이름에 배설물을 붙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조상들은 귀한 존재일수록 천한 것을 붙여서 오래 살기를 기원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무 이름을 쥐똥나무로 삼은 것은 이 나무의 역할 때문이다. 사람들은 쥐똥나무를 생울타리로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도시의 아파트나 공원 등지에는 쥐똥나무를 생울타리로 활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쥐똥나무로 만든 울타리는 낮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쥐똥나무 같은 존재로 살길 원한다. 더욱이 쥐똥나무는 사람들에게 잘 띄지는 않지만 꽃의 향기가 아주 매력적이다. 나도 쥐똥나무의 꽃처럼 매력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대다수 국민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맡은 바 의무를 다하는 국민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별로 하는 일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은 방송이나 신문에서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한 국가는 대다수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돈으로 하는 것처럼 생색낸다. 더욱이 가소로운 것은 그렇게 자랑하고서도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도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면서도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외치는 자들이 수없이 등장할 것이다. 후안무치로 지지를 호소하는 자들이 넘칠 것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생울타리 역할을 하는 쥐똥나무처럼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자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제는 유권자 스스로 뽑은 자를 욕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판단을 옳게 하지 못하면 능력 없는 자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제는 그런 세상을 끝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민 스스로 새로운 단계의 세상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참고로 나무 이름 중 동물 이름을 붙인 것 중에는 차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노각나무, 감탕나뭇과의 늘푸른떨기나무 호랑가시나무, 장미과의 갈잎중간키나무 마가목, 물푸레나뭇과의 늘푸른떨기나무 목서를 들 수 있다. 노각나무는 나무의 줄기가 해오라기 다리를 닮아서, 호랑가시나무는 잎이 호랑이발톱을, 마가목은 잎이 말의 이빨을, 목서는 잎이 코뿔소의 뿔을 닮아서 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