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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낙타와의 물 전쟁

[한희철 목사님] 낙타와의 물 전쟁

by 한희철 목사님 2020.01.15

호주에서 전해져 오는 산불 소식은 생각을 아뜩하게 합니다. 내 나라도 아니고 산불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니지만, 전에 모르던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다 싶습니다. 불을 끈다고는 하지만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최선인 상황, 인간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거세게 타오르는 산불 앞에서 비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니 말이지요.
산불로 인한 피해는 인간에 국한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동식물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나무로 빽빽했던 숲이 시커먼 재로 변해 빛깔을 잃어버렸고, 집계된 통계에 의하면 6억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희생을 당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걸음이 느린 코알라의 피해가 커서 멸종 위기에 놓였다니 안쓰러움이 더합니다. 불길 속에서 도망을 치지 못해 까만 형체로 남은 코알라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인간에게 다가와 도움을 청하는 모습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고요.
산불 소식에 겹쳐진 낙타 이야기는 뜻밖이었습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북서부 지역에서 야생화한 낙타 1만 마리의 살처분 작전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데 낙타들이 떼를 지어 다니며 너무 많은 물을 먹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원래 호주에는 낙타가 살지 않았으나 광활한 건조지역에서 운송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1840년경부터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낙타를 들여왔습니다. 그들 중 일부가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야생화했는데, 건조하고 황량한 환경에 잘 적응한 낙타 숫자는 꾸준히 불어났습니다. 낙타가 늘어나면서 점점 영역이 확대되자 목초지나 농경지를 두고 사람과 충돌하는 일이 늘었는데, 그러던 중 가뭄과 산불이 심해지면서 낙타와의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환경 당국은 현재 1만 마리의 야생 낙타가 무리를 지어 물을 찾고 있다고 추정하는데, 낙타는 건조지대의 토착 식물들을 먹어치워 사막화를 가속할 뿐만 아니라 물 관련 시설들을 망가뜨려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낙타는 십 리 밖에서도 물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한 마리가 3분 만에 200ℓ의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낙타 떼가 마을까지 찾아와 물을 먹기 위해 물탱크 등의 급수 시설을 망가뜨리고 울타리를 부수거나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니, 인간과의 공존이 점점 어렵게 되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낙타는 광활한 지역에 적은 무리로 흩어져 살지만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거대한 무리를 이루고 있어 그들을 사살하기는 더 쉬운 상황이 되었는데, 호주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낙타를 관리하며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최근 가뭄이 극심해지며 떼 지어 몰려다니는 낙타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낙타 개체 수를 조절하는데 동의를 했다고 합니다.
어서 빨리 산불과 가뭄이라는 재해가 끝나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 인간과 동식물이 평화롭게 어울리는 세상이 속히 돌아오기를, 마른하늘에 비 기다리듯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