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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손님맞이

[정운 스님] 손님맞이

by 정운 스님 2020.03.10

한 달 전부터 중국 하북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병해 메인 뉴스로 떠오르더니,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연일 방송에서는 늘어난 확산자를 발표하고, 사망자 또한 늘고 있는 현실이다.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하더니, 한 나라의 국가 운명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고난’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가 모든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걸까? 벌써 우리 앞에 코로나19 감염증이 성큼 다가와 있다. 이를 무조건 피하고 싶다고 벗어나지는 일인가?!
송나라 때, 오조 법연(1024∼1104) 스님이 있었다. 법연스님이 제자 세 명과 함께 외출했다가 늦은 밤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초롱불이 꺼져 앞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법연은 제자들에게 물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각자 생각나는 대로 말해 보아라.”
스승의 질문에 당황한 두 제자는 어물거리며 답변을 하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제자 원오가 대답했다.
“조고각하照顧脚下, 발밑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마 독자님들 중에는 뭘 살피라는 건지 의아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한 번쯤 우리 주변의 상황과 삶을 되돌아보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한 달 전에 처음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되었을 때, 인간의 무분별한 생명 경시를 문제 삼았다. 인간이 자연이든 동식물이든 생명을 함부로 해한 데서 발병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인간이 전지전능하다는 착각에 빠진 자고 병을 반성해야 한다. 또한 옛날 선조들은 전염병이 돌거나 어린아이가 아프면, 나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손님’이라고 존칭했다. 즉 자연적인 재난이든 인재이든 인간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전염병에 겸손했다는 의미이다. <보왕삼매론>에 이런 내용이 있다. “세상살이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제 잘난 척하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만심을 내려놓고 겸손함을 갖자.
둘째, 시작이 있으니 끝이 반드시 있다. 이 재난 또한 곧 지나갈 것이다. 정확한 뉴스가 아닌 가짜 뉴스에 조장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생각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인간은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낸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자승자박하는 경우가 있다. 질병을 무서운 적으로 여기고, 두려워하는 적대감을 조금 내려놓자. 당당하게 맞서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서로 비방하거나 상대를 탓해서는 안된다. 처음 바이러스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국가 정책을 비난하거나 확진된 사람[대구의 특정 종교]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사람들과 서로서로의 동반된 삶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은 서로를 위로하고, 물질적인 것이든 경제이든 인력으로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재난이 사라지도록 소망을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