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피니언

오피니언

[김민정 박사님] 다비치 안경원에서

[김민정 박사님] 다비치 안경원에서

by 김민정 박사님 2020.05.22

창 너머 사람들은 발 빠르게 달아나고
실직한 그 남자만 가로수처럼 멈춰 있다
굴절된 신호등 불빛이 길을 자꾸 꺾는다

거기, 그냥 그대로 바람이나 품으며
더께 붙는 생각 따위 훌훌 털어버리며
우뚝 선 나무나 될까, 어른대는 저 사내

도수를 고쳐 잡고 흐린 앞날을 살핀다
몸 붙일 터를 찾아 저물도록 표류하는
다비치, 다 비치는 속을 헐은 깃에 숨기고

설움도 마른 시선에 인공눈물 뿌리는 비
닦아낸 거리 어디쯤 새로운 길이 보일지
또렷한 방향을 찾아 뿔테를 치켜 세운다
- 백점례, 「다비치 안경원에서」 전문

이 작품을 읽으면서 실직자의 모습을 본다. ‘설움도 마른 시선에 인공눈물 뿌리는 비/ 닦아낸 거리 어디쯤 새로운 길이 보일지/ 또렷한 방향을 찾아 뿔테를 치켜세운다’로 화자의 취직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삶을 이어가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삶도 더 탄력을 받고 의미도 부여되는 것이다.
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바뀌고 있다. 수많은 환자가 생기고, 실직자가 생기고…. 코로나19 이전의 세계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로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잘못된 말이 아니다. 그만큼 1,2차 세계대전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를 지금 인류는 겪고 있다. 한낱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균 앞에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인간이라니!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그런데 그 적은 보이지 않기에 더 무섭고,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손실 문제이다. 정상적으로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다 보니 당장 병을 이겨냈다고 하더라도,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많고, 망하는 회사도 많고, 수많은 실직자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먹고 살아가는 일이 막막한 사람이 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생겨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코로나 대응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하고 있고, 세계에 한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임시방편으로 국가에서 재난지원금을 4인 가족 한 가구당 100만 원씩을 지급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차원의 경제 살리기, 실업자 줄이기 계획이 필요하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계가 생리적인 욕구(의식주와 수면에 대한 욕구)이다. 그다음으로 추구하는 것이 안전에 대한 욕구(신체적, 감정적 안전, 위험 회피)이다. 코로나19로 위험한 상태인데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경계를 풀고 있는 것은 이 문제 때문이다. 당장 먹고사는 일, 생계가 안정되어야 사회도 안정되고 문화생활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잘 사는 나라도 실업자는 있기 마련이지만,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여 실업률을 줄여나가는 것이 국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불행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인력을 가지고 있고, 정말로 세계 사람들이 따라오기 힘든 능력을 많이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우수한 능력으로 경제적 어려움도 거뜬히 극복해 나가는 대한민국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