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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가지 못하는 길

[한희철 목사님] 가지 못하는 길

by 한희철 목사님 2020.06.02

어느 책이었는지는 떠오르질 않지만 오래전에 읽은 글 중 ‘가지 못하는 길’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어느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외딴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 앞에는 세 갈래 길이 있었는데, 길마다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바다로 가는 길’ ‘도시로 가는 길’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하는 길’이 그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앞의 두 길로만 다녔습니다. 바다로 가는 길을 통해 바다를 오갔고, 도시로 가는 길을 통해 도시를 오갔습니다. 어느 누구도 세 번째 길로는 들어서려고 하질 않았습니다.
마을에 사는 한 소년은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하는 길이 늘 궁금했습니다. 바다로 가는 길은 바다로 가고 도시로 가는 길은 도시로 가는데, 어떻게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을까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길로 들어서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소년은 마을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물었습니다. 때마다 어른들은 깜짝 놀라며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얘야, 무슨 일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길로 가서는 안 된다. 그 길은 아주 위험한 길이야.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 길로 들어선 사람은 없었단다.”
어느 날 소년은 그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길은 분명히 어딘가로 이어져 있으리라는 생각이 용기를 갖게 했습니다. 과연 그 길은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험한 계곡과 골짜기가 나타났고, 위험한 물도 건너야 했습니다. 가시밭길도 지나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을 때, 숲속 나무 사이에 서 있는 집 한 채가 나타났습니다.
집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자 한 아름다운 할머니가 문을 열며 소년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할머니는 소년에게 상자 하나를 건넸습니다. 열어보니 상자 안에는 온갖 보물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단다. 네가 와 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보물이 가득 담긴 이 상자는 네 용기에 대한 내 선물이란다. 그러니 가져가렴.”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하는 길로 들어선 소년이 보물이 가득 담긴 상자를 가지고 마을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온 마을 사람들이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하는 길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소년에게 보물을 선물로 준 할머니를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진정한 용기를 갖는 것과 누군가의 용기를 흉내 내는 것은 다른 것이니까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길을 가면 안전하고 편합니다.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길을 가면 위험하고 막막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값진 보물은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하는 길을 용기로 걸어가는 이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한 번쯤은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길을 가면 어떨지요. 분명 생각하지 못한 보물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