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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너무 착해서 슬픈 이름, “비글”

[정운 스님] 너무 착해서 슬픈 이름, “비글”

by 정운 스님 2020.06.22

비글(Beagle)은 유명 만화 ‘스누피’의 모델이자 영미권을 대표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견종이다. 그런데 이 비글이 실험견의 대표적 견종으로, 90% 이상이라고 한다. 대체로 동물실험으로 한 해 국내에서 희생되는 비글의 수는 1만 마리에 이른다. 다른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수치이다.
서양에서는 동물실험보다 다른 대체 방식을 연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점점 동물 희생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법을 지키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곳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렇게 비글이 실험견이 된 이유는 사람에게 순종적이고 쾌활해 사람을 잘 따라서이다. 한 마디로 순하고 너무 착하다는 점이다. 비글을 포함한 실험견들은 평생을 비좁은 공간에서 살다가 최고의 고통을 어떻게 느끼는지 등급을 인내해야 하는 실험을 계속 반복 당한다. 더 이상 실험견으로 쓰이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하거나 해부용으로 처리된다. 혹 생존하더라도 다른 실험 대상으로 반복되는 비참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
불교에서는 동물을 어떻게 보는가?! 경전 곳곳마다 동물과 관련된 일화가 많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 부처님이 법문을 하면, 동ㆍ식물들도 법을 함께 들었다. 부처님이 코끼리와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도 있는데, 불교 경전에서는 코끼리를 깨달은 성자에 비유한다.
스님들 계율에는 ‘살아있는 나뭇가지도 꺾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다. 생명 차원에서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여길 만큼 생명체를 중시한다. 그러면서 동물도 함께 구제할 존재로 여긴다. 이야기를 하나 보자. 당나라 때, 유명한 선사인 조주 종심(778∼897)과 관련한 공안이다.
수행에 마음을 두고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젊은 승려가 있었다. 이 승려가 조주 선사를 찾아가는 길에 돌다리가 있었다.
승려가 조주선사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조주의 돌다리 소문을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외나무다리뿐이네요.”
“외나무다리만 보았을 뿐, 돌다리는 보질 못했군.”
“돌다리가 어떤 것입니까?”
“나귀도 타고 말도 건너지.”
아무리 하천한 중생[동물]이 찾아오든 어떤 사람이 찾아오든 그 중생의 근기에 맞게 제도해 준다는 뜻이다. 즉 사람만이 아닌 어떤 동물도 포함해 구제될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개고기 금지를 주장하고, 동물을 함부로 살상하는 것에 대해 시위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동물 사랑이 보편적이지 않다고 본다. 생명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 어떤 존재이든 목숨은 소중한 법이다. 동물 실험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고민해보고, 동물 실험을 당한 동물이라도 건강한 개체라면 세상에 나와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떤 동물이든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