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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꾀꼬리의 노래가 사라지지 않도록

[한희철 목사님] 꾀꼬리의 노래가 사라지지 않도록

by 한희철 목사님 2020.07.07

어릴 적 꾀꼬리는 비교적 흔한 새였습니다. 온몸이 샛노란 빛깔로 물든 새가 초록빛 가득한 푸른 숲 사이를 나는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도 꾀꼬리의 노래는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맑은지 맑은 물 소리가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삼아 호루라기에 물을 담아 불어대는 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 꾀꼬리가 점점 사라져 이제는 멸종 위기 관심 대상이 되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얼마 전 꾀꼬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는 화가 났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있는 선사 유적지 안에 있는 꾀꼬리의 둥지 주변이 훼손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0m 높이의 참나무 가지에 자리를 잡았던 둥지 주변이 훼손된 것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보다 더 마음이 아픈 소식도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둥지와 둥지 안에 살던 새끼 두 마리마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둥지에는 꾀꼬리 새끼 두 마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미 새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날랐고요. 하지만 둥지를 가리던 주변 나뭇가지들이 무참하게 잘려나가면서 둥지 안 새끼들은 비와 바람, 강한 여름 햇볕에 그대로 노출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은 인간의 어처구니없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작가들 때문이었습니다. 둥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진작가들이 몰려들어 망원 카메라를 설치해둔 채 온종일 꾀꼬리 부부의 번식 장면을 찍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서 당연히 갖춰야 하는 위장막이나 위장 텐트도 갖추지 않은 채 꾀꼬리 번식지 바로 앞을 점령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둥지를 에워싸고 있는 주변의 나뭇가지를 무참하게 잘라냈던 것이었습니다.
만행과 다름이 없는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도가 나간 다음 날 확인한 결과 둥지가 있던 커다란 나무는 감쪽같이 잘려나갔고, 둥지는 물론 어린 새끼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잘라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몰지각한 행위가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해 아예 나무를 잘라내고, 둥지까지 없애버린 것이었습니다. 나무를 잘라낸 단면에 흙을 발라 절단 사실을 은폐하기도 했다니, 더 할 말을 잊게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아무리 예쁜 사진을 찍는다 할지라도 그 사진을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한 일이라 하기에는 오히려 더없이 추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노란 빛깔의 꾀꼬리가 자유롭게 숲을 드나들고,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듯한 노랫소리가 사방으로 퍼질 때 우리는 얼마든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가 있습니다. 멋진 사진이 아니라 꾀꼬리의 노래를 지키는 것, 그것이 자연의 은총을 누리는 당연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