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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인류에게 주어진 질문이자 숙제

[한희철 목사님] 인류에게 주어진 질문이자 숙제

by 한희철 목사님 2020.07.28

<사피엔스>라는 책의 저자이자 히브리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를 두고서 의미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갈수록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가속도가 붙어 질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의 정상적인 법칙들은 중단됐고, 단 몇 주 만에 불가능이 평범함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지요. 오래된 규칙은 산산조각이 나고, 새로운 규칙은 아직 쓰이지 않았기에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이 어떠할 것인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해졌다고 진단합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웜홀에 들어선 것일지도 모릅니다. 웜홀이란 우주 공간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를 뜻하는 가상의 개념으로, 시간과 공간의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고차원적인 구멍을 뜻합니다.
시대를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표기해왔던 방식을 이제는 달리 표기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BC와 AC로 나누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Before Corona’와 ‘After Corona’,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구분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의 삶이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 앞에는 많은 이들이 수긍을 합니다.
이처럼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엄중한 사태를 겪고 있음에도 이 일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코로나19의 위험을 가볍게 여기고 보란 듯이 코로나 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초대해서 함께 파티를 벌이다가 가장 먼저 감염된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파티가 유행처럼 번졌던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정말 코로나19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확진자와 접촉하여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나서도 친구를 초대해서 자신이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고까지 했습니다. 코로나19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방역 당국자가 볼 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다물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최근 미국 텍사스 주의 한 병원에서 30대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있었는데, 그 남성 또한 코로나 파티 참가자였다고 합니다. 코로나19를 무시했던 그가 세상을 떠나며 죽기 전에 남긴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실수한 것 같다”며 “그거(코로나19) 가짜 아니었어?” 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과 고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떤 결과를 남길지 우리는 어떤 것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가볍게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일은 유익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주어진 질문이자 숙제입니다. 나는 상관없다고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게 대답하는 것만이 우리의 최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