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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풍등風燈 - 도마 안중근

[김민정 박사님] 풍등風燈 - 도마 안중근

by 김민정 박사님 2020.08.10

어머니 피눈물이 덕지덕지 엉겨 붙은
뤼순의 하늘만큼 깔매운 수의 한 벌
엎드려 부둥켜안은 저녁 답이 둥글다

뭉개진 글씨 속에 한가득 어머니 품
흔들린 마음 한 폭 다잡아 움켜쥔 채
눈 감고 더듬어 읽는 바람 같은 말씀들

성긴 몸 그러모아 허공에 띄워본다
밤새워 혼을 켜고 까마득한 재를 넘어
고향 땅 환하게 밝힐 새 하늘을 올린다
- 정용국, 「풍등風燈」 전문

이 작품은 부제가 없었다면 하늘에 소원을 빌기 위해 올리는 풍등으로만 보았을 것이다. 안중근 그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외국의 내정 간섭 없는 조국이었다. 당당히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독립된 대한민국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하는 일, 말은 쉬워도 행동은 어렵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누구나 목숨은 한 번뿐이고 다시 태어난다는 보장도 없기에 죽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한데도 자신의 조국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한다는 건 개인의 목숨보다 조국을 더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잠입하여 역전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여 러시아 헌병에게 붙잡혔고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에 살인의 죄형으로 관동주 뤼순형무소에서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 작품의 첫째 수에서는 안중근이 갇혀있던 뤼순감옥에 수의를 넣어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수위를 부둥켜안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는 안중근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조성녀)는 그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을 뒤늦게 알고는,
"네가 만일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공소를 한다면 그것은 목숨을 구걸하고 마는 것이 되고 만다. 네가 국가를 위하여 이에 이르렀을 즉 죽는 것이 영광이다. 모자가 이 세상에서는 다시 상봉치 못하겠으니 그 심정을 어떻다 말할 수 있으리…. 천주님께 기원할 따름이다."
라며 아들을 격려했던 강한 어머니였다. 이 글을 보며 시모시자(是母是子: 그 어머니에 그 아들로 위대한 사람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다)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마리아(조성녀)는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하여 활동하였다. 아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제에 의해 사형 판결을 받자 항소하지 말라고 권했다. 아들이 결국 처형된 뒤 중국 상하이에서 당시 임시정부 인사들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며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불렸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8년 8월 조마리아 여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위키백과 참조).
둘째 수에서는 옥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읽는 안중근의 행동으로 보인다. 셋째 수에서는 “성긴 몸 그러모아 허공에 띄워본다/ 밤새워 혼을 켜고 까마득한 재를 넘어/ 고향 땅 환하게 밝힐 새 하늘을 올린다”며 그러한 모든 것들이 하늘에 풍등을 켜며 소원을 빌듯이 자신의 목숨을 풍등처럼 바치며 조국과 고향의 안녕을 빈 안중근 의사라고 화자는 말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며 조국을 사랑한 이들이 있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