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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님] 여름 단풍

[김민정 박사님] 여름 단풍

by 김민정 박사님 2020.08.25

마음 급한 연인들은 눈빛부터 붉어지네
땡볕에 살을 태운 그늘 쪽에 몸을 묻고
초록빛 동정童貞을 바쳐 성인식을 치르네

뼛속까지 다 태울 듯 어줍은 몸짓으로
어른이 되는 길을 숨 가쁘게 캐는 동안
소문난 바람의 체위 노을에 흠뻑 젖네

낙산공원 당단풍이 앞섶을 활짝 열고
지는 해 바라보며 사리 몇 과 빚는
저무는 청춘의 한때 열대야가 깊어가네
- 임채성, 「여름 단풍」전문

이 작품은 ‘여름 단풍’을 젊은 연인들로 비유하고 있다. 단풍은 보통 가을에 물이 들어 가을의 대명사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제목이 ‘여름 단풍’이다. 단풍의 모습을 ‘청춘의 한 때’라며 ‘마음 급한 연인들은 눈빛부터 붉어지네/ 땡볕에 살을 태운 그늘 쪽에 몸을 묻고/ 초록빛 동정童貞을 바쳐 성인식을 치르네’라며 가을도 되기 전에 붉게 물드는 당단풍을 마음 급한 연인인 듯 표현한다. 붉은색 단풍을 보고 ‘뼛속까지 다 태울 듯 어줍은 모습으로/ 어른이 되는 길을 숨 가쁘게 캐는 동안’라는 표현으로 마치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 하는 연인들의 어줍은 모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노을은 빛을 더하고 있어 단풍빛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화자는 지금 낙산공원에서 그 붉은 단풍을 보고 있는 듯하다. ‘낙산공원 당단풍이 앞섶을 활짝 열고 지는 해 바라보며 사리 몇 과 빚는’ 여름날, ‘저무는 청춘의 한때 열대야가 깊어가네’라며 그 단풍을 바라보는 화자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풍하면 떠오르는 시가 또 있다. 3.1운동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만해 한용운 선사의 「님의 침묵」이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한용운의 ‘님의 침묵’ 전문

며칠 전 ‘광복절’ 광화문 집회 사태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광복절은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기쁜 날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 특히 목숨까지 바쳤던 사람들의 애국 충혼을 기리고 기념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무분별한 사람들 때문에 국민들에게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받던 한국의 이름에 먹칠하고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이런 사람들,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