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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님] 그렇다면 뭘 먹지?

[한희철 목사님] 그렇다면 뭘 먹지?

by 한희철 목사님 2020.08.27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실재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깊은 바다속 고래나 덩치 큰 지상의 코끼리가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합니다. 이 동물들은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낮은 떨림의 소리, 초저음파를 만들어냅니다. 떨림이 낮으면 파장이 깁니다. 땅을 타고 전달되는 소리는 더욱 멀리 가기에 코끼리들은 수 km 떨어져서도 발을 사용해 서로 소통할 수 있고, 고래는 수백㎞ 떨어져 있는 상대와도 대화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들리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눈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은 볼 수가 없습니다. 망원경이나 현미경의 도움을 받으면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우주의 모습도 볼 수가 있고, 미생물의 세계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최근에 듣게 된 소식 중 무겁게 와닿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까 싶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인체 조직들이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되었다는 것입니다. 깊은 바다에 사는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인체 내 모든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낯설게 여겨졌습니다.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시신 부검을 통해 밝혀진 내용입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 바이오디자인 센터의 연구팀이 기증받은 인간 시신에서 채취한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시신에서 채취한 폐, 간, 비장, 신장 등 47개 기관과 조직에서 예외 없이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혈관으로 들어가 혈류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것들이 있는지를 관심 있게 살펴보니 초미세 플라스틱이 혈류를 타고 돌다가 폐, 신장, 간 같은 여과 기관에 정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플라스틱이 물리적인 파쇄, 광 분해, 생물 분해 등으로 미세하게 변하거나 생산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미세하게 제작된 1㎛(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5㎜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합니다.
아무리 작은 플라스틱이라 하여도 그 속에 담겨 있는 화학물질들은 당뇨병, 비만, 성 기능 장애, 불임 등 여러 장애를 일으킬 뿐만이 아니라, 중요한 신체 기관에 들어가면 석면처럼 발암성 물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매주 약 5g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데, 가능하면 포장되지 않은 음식을 사고 플라스틱 이외의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미세 플라스틱의 흡수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막막해지지만 그런 위기의식이 우리 삶을 돌아보고 작은 일에서부터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