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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퍽치기, 당신을 노린다

[이규섭 시인님] 퍽치기, 당신을 노린다

by 이규섭 시인님 2020.08.28

늦은 밤, 술 취한 남성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이정표 기둥에 기대어 서 있다. 그 앞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바닥에 떨어진 동전과 휴대전화를 주워 취객의 바지 주머니에 넣어준다. 택시를 잡아주겠다는 도움을 마다하고 취객이 사라지자 남성은 방향을 돌려 근처 골목길로 들어선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내용물을 확인한다.
10분도 채 안 돼 순찰차가 도착하여 남성을 조사한다. 그는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며 발뺌한다. 하지만 챙긴 지폐 사이에서 취객의 지갑에 들어 있던 부적이 발견되면서 체포된다. 신속하게 범인을 체포한 일등 공신은 360도 회전식 CCTV 카메라다. 얼굴 식별은 물론 반대편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 자기 주머니에 넣는 것까지 찍혔다. 실시간으로 지켜본 뒤 신고한 사람은 CCTV 도시통합관제센터 모니터 요원이다.
취객을 부축해 주는 척하면서 귀중품을 빼내는 속칭 ‘부축빼기’를 상세하게 보도한 최근 TV 뉴스다. 부축빼기는 피해자들이 다음 날 물건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도 취중에 실수로 잃어버린 것으로 착각,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다. 술이 취해 비틀거리며 거리를 배회하거니 공원 벤치 쓰러져 잠든 취객은 부축빼기 범인에겐 손쉬운 멋이 감이다.
부축빼기 보다 무서운 것이 ‘퍽치기다’ 느닷없이 달려들어 퍽치기 한 뒤 돈이나 물건을 빼앗는다. 퍽치기는 둔기로 머리를 가격한 뒤 금품을 갈취하여 강도 상해의 한 수법으로 2차 피해가 더 크다.
피해자 입장에서 아닌 밤중의 홍두깨 격이다. 무의식 상태에서 충격을 받기 때문에 뇌 충격을 받고 쓰러져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가 많다. 퍽치기는 한밤 또는 새벽 유흥가 주변, 으슥한 골목 등 치안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 검거율이 낮다. 현장에서 범인이 잡히지 않는 이상 물증을 찾기도 어렵다.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도 오락가락하여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
청소년들의 퍽치기 범죄가 늘어나면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 또한 깊다. 영화 ‘와일드 카드’(2003년)는 범죄 묘사가 디테일하고 폭력적이어서 섬뜩한데다 퍽치기 기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개봉 때부터 논란이 됐다. 그해 청소년들의 모방 범죄가 크게 늘었다.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영화 기법을 흉내 낸 범죄다. 물증을 없애려 쇠구슬을 그물에 담아 휘두르는 대범함도 보였다. TV의 범죄 재연 프로그램도 청소년들에겐 범죄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퍽치기는 술을 먹고 비틀거리는 사람을 노린다. 이런 취객은 자신이 퍽치기를 당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경찰들도 이것이 퍽치기 범죄에 의한 것인지, 단순한 취객의 실수인지 헷갈리는 사건도 많다고 한다.
범죄든 병이든 예방이 우선이다. 치안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 CCTV에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개인이 조심하는 수밖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늦은 밤 홀로 돌아다니지 말아야 한다. 술을 마셨으면 골목은 피하고 큰 길로 다니는 게 상책이다. 택시로 귀가할 때는 집 앞까지 이동하는 것도 범죄 예방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