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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코로나19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

[정운 스님] 코로나19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

by 정운 스님 2020.09.15

코로나19로 봉쇄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60년 만에 돌고래들이 찾아왔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유쾌한 뉴스이다. 좀 부연하면, 코로나19로 인해 베네치아가 관광객이 끊어지니, 사람들이 많을 때는 바닷물이 뿌해서 바닷속을 볼 수 없었는데, 물이 맑아지고 돌고래가 돌아온 것이다. 물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고, 없던 물고기가 돌아다닌다. 코로나19 전염증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긍정적인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비슷한 현상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병원에 감기 환자가 줄었다. 대기오염이 줄어 공기가 좋은 데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당연히 감기 환자가 줄 수밖에 없다. 환자들로 북적이던 병원에 환자가 줄고 건강을 회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집 밥을 먹고 있다. 엄마들은 반찬 준비가 힘들어 반찬가게에서 음식을 사는 일이 많았다. 여기서도 몇 가지가 발생한다. 어린이와 학생들이 집 밥을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탈선하는 확률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현재 중소 자영업자나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분들께는 죄송할 따름이다.
이번 코로나 전염증으로 인해 사람들은 많은 점을 느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온 가족은 물론이요, 동네 사람들, 회사 사람들,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 전역에 코로나를 확진시킬 수 있다. 한 사람의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이번 코로나를 통해서 느꼈을 것이다.
세계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교수이며, 문화학자인 기소르망(Guy Sorman, 프랑스)이 이런 말을 했다.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로 인한 세계 변화’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질문자가 ‘우리가 맞서게 될 거대한 변화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변했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의 운명이 상호 의존적이며, 우리의 이웃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가가 서로 의존하고 있으며, 인류 전체가 동질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나 혼자만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더불어 함께 한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주위 수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의존의 유기적인 존재들이다. 우리는 연기緣機적인 관계 속에 놓여있는 존재이다.
원고 서두에서 말한 것과 그 반대 현상을 보자. 감기 환자가 없다는 것은 당연히 의사에게 수입이 없을 것이요, 의료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또 배달 업체는 성업을 누리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는 경영에 허덕인다. 내 업체가 잘 될 때, 손해 보는 업체는 더 많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어느 타인은 힘들게 고통받을지도 모른다. 이 또한 연기적인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만 잘 된다고 만용을 부려서는 안된다.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역증상연逆增上緣이라는 말이 있다. 즉 사람이 어려운 고비를 겪으면서 고통을 더욱 분발하는 인연[계기]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괴물만 지나가면,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조금 견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