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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시인님] 코로나와 불안한 동거

[이규섭 시인님] 코로나와 불안한 동거

by 이규섭 시인님 2022.04.29

긴 기다림 끝에 다시 찾은 일상이 실감 난다. 프레스센터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됐던 출입자 열 감지 카메라가 사라졌다. 매일 아침 그곳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안심이다. 시청 앞 광장 코로나 검사를 하던 천막이 철거되면서 초록의 광장이 제 모습을 찾았다.
무엇보다 변한 건 부근 식당 주인의 밝은 눈웃음이다. 식당에 들어가려면 길게 줄을 서 QR코드를 확인하던 불편이 사라졌다. 인원 제한으로 일행과 모른 채 떨어져 앉아 식사를 하는 ‘동료상잔’의 비극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출국자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757일 만에 해제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을 되찾은 거리엔 활기가 넘친다.
장기간 이어진 거리 두기 조치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가슴은 동백 아가씨처럼 피멍이 맺혔다.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은 상점을 볼 때마다 무너지는 상권만큼이나 내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 동병상련의 고통을 겪는 주변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2년은 악몽과 같았다. 일상이 정지된 상태에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듯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요양원에 부모를 보내고 집단 감염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면회조차 봉쇄되어 이산의 아픔을 겪었다. 결혼식을 몇 차례 미루다 결국 썰렁한 예식장에서 눈물의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도 보았다. 죽는 것도 서러운데 화장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워 외출을 자제한 노년층이나 코로나 확진 후유증으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이들 또한 수두룩하다. 코로나가 정말 징글징글하다.
다시 찾은 일상이지만 감수해야 할 일이 많다.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원이 전면 중단된다. 정부에서 지원하던 치료비도 환자 본인의 부담으로 바뀐다. 불안감 또한 여전하다. 코로나 1급을 2급으로 내렸으나 재확산 땐 다시 1급으로 올리겠다니 전문가들은 일상 회복 조치를 ‘간보기’ 하느냐고 비판한다. 메르스와 사스는 여전히 1급이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이 무사히 이뤄져 일상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된 만큼 개별 국가 단독으로 엔데믹을 선언할 순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종식을 선언해야 비로소 엔데믹이라 말할 수 있다. WHO는 “코로나는 매우 불안정하고 대유행을 일으킬 여력이 있다”고 분석하여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은 최근 감염이 다시 확산되면서 ‘보건 비상사태’를 유지한 상태다. 일본은 코로나를 신종 감염병으로 별도 관리한다.
확진자 감소 추세는 분명하지만 수만 명대를 오르내린다. 신종 변이의 출현, 시간 경과에 따른 접종과 자연면역 효과의 감소, 계절적 요인, 호흡기 질환 동시 유행 등 재확산 위험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긋지긋한 거리 두기의 재소환을 막으려면 2년여 동안 지켜 왔던 방역 기본을 생활에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루 세 번 집안 환기, 외출 후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소소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재유행의 불편함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