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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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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실패했던 금연, 이렇게 하면 성공률 확 높아진다

매년 실패했던 금연, 이렇게 하면 성공률 확 높아진다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0.12.31

직장인 A(40)씨는 매년 새해가 되면 담배를 끊겠다는 다짐을 한다. 담배를 피우면 목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건강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심해진 만성 피로와 편두통도 담배 때문이 아닌지 의심됐다. 하지만 A씨의 금연 결심은 매년 작심삼일로 끝났다.
2~3일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불안감과 초조감이 커지고 직장에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피우는 담배 한개비의 유혹도 떨쳐내기 힘들었다. A씨는 스스로의 의지로 담배를 끊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새해에는 금연클리닉을 찾기로 했다.
이렇게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결심과 실패를 반복한다. 금연에 실패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니코틴의 중독성이 그만큼 강해서다.
흡연을 하게 되면 담배 연기가 폐로 들어가 니코틴이 혈액을 타고 7~19초 사이에 뇌에 도달한다. 니코틴이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자극해 뇌 속의 도파민 농도가 올라가면 긍정적인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쾌감은 일종의 '보상' 역할을 해 흡연 행동을 지속시키고 강화시킨다.
담배를 핀지 20~40분만 지나도 도파민 농도가 떨어져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금단증상이 금연 후 24~48시간 사이에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보통 금연은 이 시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의 의지로 금연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31일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에 따르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했을 때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4%에 불과하다. 2008년 미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내 4500만명의 흡연자 중 70% 이상이 금연할 생각을 갖고 있고, 44%는 매년 금연을 시도하지만 성공률은 4~7%에 그쳤다.
이 때문에 금연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흡연이 단순한 습관이나 기호가 아니라 '중독 질환'에 가깝기 때문에 금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학적 방법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의사가 낮은 강도로 금연을 충고했을 경우 성공률은 6%로 높아지고 20분 이상 높은 강도로 금연을 충고했을 경우 12%까지 올라간다.
약물 치료법을 이용할 경우 금연 성공률은 더욱 높아진다. 니코틴껌이나 패치 등을 사용하는 니코틴 대체 요법은 성공률이 17%에 달한다. 하지만 니코틴 대체요법은 임산부나 청소년, 심혈관질환자 등에게는 아직 효과나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고, 니코틴 대체제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병원에서 먹는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먹는 약은 뇌 안의 도파민 농도를 높이거나 니코틴과 유사한 작용을 해 금단 증상과 흡연 욕구를 줄여준다. 중독성이 심하지 않으면서 금연 성공률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프로피온은 19%, 바레니클린은 26%의 금연 성공률을 보인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생명과학과 교수(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는 "챔픽스(바레니클린)가 현존하는 약물로는 효과가 가장 높다. 일반 니코틴을 주입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며 "먹는 약을 아침·저녁으로 3개월 동안 복용하는 것이 하나의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전문 기관에서 금연 치료를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2015년 2월부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금연 치료 참여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모든 흡연자들에 대해 치료 비용을 지원한다. 8~12주 동안 6회 이내로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상담을 제공한다. 금연치료의약품(먹는 치료제, 니코틴 대체제) 구입 비용과 진료·상담료를 국가에서 지원한다. 진료·상담료는 2회차 방문까지 본인이 20%를 부담해야 하지만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면 전액 환급된다.
담배를 완전히 끊지 못하고 전자담배를 구입해 금연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역시 건강에 해롭긴 마찬가지인데다 전자담배를 사용하다가 금연에 성공할 확률도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전자담배라고 부르는 제품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뉜다. 니코틴액을 전기장치로 가열해 수증기 형태로 흡입하는 '전자담배'와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고 고열로 쪄서 기체를 흡입하는 '가열담배'가 있다.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흡연자 중 전자담배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금연율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도 있고, 전자담배 사용자가 오히려 금연율이 28% 가량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니코틴을 수증기 형태로 흡입하는 전자담배의 경우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비롯해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가열담배의 경우 타르가 오히려 일반 담배보다 많이 검출됐고 벤조피렌, 벤젠 등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온 바 있다.
명 교수는 "담배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것들도 결국은 담배다. 농도 차이가 있더라도 독성 물질이나 중독 물질이 들어 있다"며 "이론적으로 덜 해로울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덜 해로운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담배도 결국은 중독이 돼서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중간에 담배를 같이 피우게 되는 이중사용자들이 많다"며 "안전하다는 근거도 확실하지 않고 금연을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자담배나 가열담배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