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관심 커지는데…실상은 개ㆍ고양이 산업만 육성?
'동물권' 관심 커지는데…실상은 개ㆍ고양이 산업만 육성?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3.23
몇 달 전 A씨 커플은 새끼로 보이는 작은 비둘기가 상가 간판에 부딪혀 인도에 추락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동물보호에 관심이 많은 이 커플은 비둘기를 살펴봤는데, 부리가 한쪽으로 심하게 돌아가 있었다. 이들은 우선 소방서에 구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비둘기는 유해동물이기 때문에 구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주변 동물병원을 찾는 것은 물론, 동물병원 5~6곳에 전화해 치료 가능 여부를 물었는데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동물병원을 찾으러 자리를 뜬 사이 행인들은 비둘기를 구경하고 있었고, 일부는 발길질을 하며 웃고 있었다. 결국 A씨 커플은 케이지를 사 비둘기를 넣어 집으로 데려왔다. 진통소염제와 먹이 등을 주며 노력해봤지만 비둘기는 다음날 죽었다.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동물에 대한 관심과 보호 의식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개ㆍ고양이가 대표적인 반려동물에 맞춰져 있을 뿐, '생명'이라는 큰 틀에서의 '동물권(權)' 의식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권' 의식이 아니라 '개ㆍ고양이권' 의식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23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발간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04만 가구가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9.7%에 달한다. 이는 통계청 2019년 인구총조사,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정보 등을 종합해 추정한 결과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 산업육성 TF'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려동물 복지정책을 최근 잇따라 내놨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반려동물 지원책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동물을 향한 사회적 공감능력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려동물 이외 인간 주변 동물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근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환경부가 지난해 내놓은 동물 찻길 사고 저감대책을 보면, 국내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일) 건수는 국도 기준 ▲2015년 1만2633건, ▲2016년 1만2460건, ▲2017년 1만5221건, ▲2018년 1만5183건, ▲2019년 1만7502건으로 거의 매년 증가했다.
당시 환경부는 야생동물 차단 유도울타리 설치 등 각종 대책을 내놨다. 과거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서 비슷한 대책을 실시한 경우는 있지만, 거시적 차원에서는 최근에서야 시작한 것이다.
병균의 온상, 행정력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둘기는 2009년부터 유해동물로 지정돼 포획이 가능하다. 서울 시내 곳곳엔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ㆍ올림픽 유치 당시 행사를 위해 방사된 비둘기들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종이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사육이 가능하고 웅담도 먹을 수 있다. 1980년대 정부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수출용 사육곰 사업을 장려하며 시작된 것인데, 멸종위기종을 허가 없이 증식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에야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했다.
반려동물과 달리 동물 생명 전반에는 관심이 낮은, 다소 이중적인 상황과 관련해 동물단체들은 사회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반려 목적이 아닌 다른 동물의 복지, 권리 인식이 아직 저조하다"면서 "전시, 실험, 축산을 위해 이용되는 동물 숫자가 한 주에 나오는 개ㆍ고양이 살해보다 훨씬 많은데도 문제가 안 되는 이유는 아직 대중들이 종차별주의에 대해 인지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동물이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라는 자세를 가지는 게 우선"이라며 "동물을 예뻐서 좋아하는 게 아니고, 동물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를 갖는 게 가장 시급하다. (그러면) 가시화되지 않은 문제들이 논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아무래도 개, 고양이는 반려동물이니 장막 뒤에 있는 동물보다 더 연민이나 공감능력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동물 자체로 생명체로 존중을 받고, 인간이 쉽게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
이후 주변 동물병원을 찾는 것은 물론, 동물병원 5~6곳에 전화해 치료 가능 여부를 물었는데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동물병원을 찾으러 자리를 뜬 사이 행인들은 비둘기를 구경하고 있었고, 일부는 발길질을 하며 웃고 있었다. 결국 A씨 커플은 케이지를 사 비둘기를 넣어 집으로 데려왔다. 진통소염제와 먹이 등을 주며 노력해봤지만 비둘기는 다음날 죽었다.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동물에 대한 관심과 보호 의식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개ㆍ고양이가 대표적인 반려동물에 맞춰져 있을 뿐, '생명'이라는 큰 틀에서의 '동물권(權)' 의식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권' 의식이 아니라 '개ㆍ고양이권' 의식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23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발간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04만 가구가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9.7%에 달한다. 이는 통계청 2019년 인구총조사,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정보 등을 종합해 추정한 결과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 산업육성 TF'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려동물 복지정책을 최근 잇따라 내놨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반려동물 지원책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동물을 향한 사회적 공감능력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려동물 이외 인간 주변 동물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근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환경부가 지난해 내놓은 동물 찻길 사고 저감대책을 보면, 국내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일) 건수는 국도 기준 ▲2015년 1만2633건, ▲2016년 1만2460건, ▲2017년 1만5221건, ▲2018년 1만5183건, ▲2019년 1만7502건으로 거의 매년 증가했다.
당시 환경부는 야생동물 차단 유도울타리 설치 등 각종 대책을 내놨다. 과거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서 비슷한 대책을 실시한 경우는 있지만, 거시적 차원에서는 최근에서야 시작한 것이다.
병균의 온상, 행정력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둘기는 2009년부터 유해동물로 지정돼 포획이 가능하다. 서울 시내 곳곳엔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ㆍ올림픽 유치 당시 행사를 위해 방사된 비둘기들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종이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사육이 가능하고 웅담도 먹을 수 있다. 1980년대 정부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수출용 사육곰 사업을 장려하며 시작된 것인데, 멸종위기종을 허가 없이 증식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에야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했다.
반려동물과 달리 동물 생명 전반에는 관심이 낮은, 다소 이중적인 상황과 관련해 동물단체들은 사회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반려 목적이 아닌 다른 동물의 복지, 권리 인식이 아직 저조하다"면서 "전시, 실험, 축산을 위해 이용되는 동물 숫자가 한 주에 나오는 개ㆍ고양이 살해보다 훨씬 많은데도 문제가 안 되는 이유는 아직 대중들이 종차별주의에 대해 인지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동물이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라는 자세를 가지는 게 우선"이라며 "동물을 예뻐서 좋아하는 게 아니고, 동물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를 갖는 게 가장 시급하다. (그러면) 가시화되지 않은 문제들이 논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아무래도 개, 고양이는 반려동물이니 장막 뒤에 있는 동물보다 더 연민이나 공감능력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동물 자체로 생명체로 존중을 받고, 인간이 쉽게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