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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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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취업 어렵고, 묻지마 취업 싫고"…니트족 증가

"좋은 취업 어렵고, 묻지마 취업 싫고"…니트족 증가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3.30

C세대(Crisisㆍ위기)인 20대 사이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니트족(NEETㆍ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 등 열악한 근무조건이 취업 유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2020년 연간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전년 대비 8만4000명 증가해 41만5000명을 기록했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2017년 이후 계속 오름세(2017년 10%, 2018년 4.8%, 2019년 17.3%)에 있었지만 지난해엔 25.2%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5년 내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이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 가사, 재학, 수강, 심신장애, 군 입대 대기 등을 제외한 인구를 의미한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인 '니트족'으로 볼 수 있다.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20대 니트족들은 취업을 영구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언젠가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현 시점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20대 니트족들이 구직 활동에 의욕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취직 시 일과 삶의 균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90년생,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의 가치 등이 중요한 세대"라며 "퇴근 후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는 개인주의적 특성이 많다"고 짚었다.
지난해 2월 대학교를 졸업한 최모(27)씨는 졸업 후 1년 간 아르바이트만 했다. 주위에 먼저 취업한 친구들의 사례를 보며 취직과 거리를 두게 됐다고 한다.
최씨는 "전산회계 자격증이 있으면 세무사 사무실 같은 곳은 취업하기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런 곳에서 친구들이 바쁜 기간에 밤낮없이 일하는 걸 보고 들으면서 준비를 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바이트는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고 속 편하지 않나. 마음 한켠엔 항상 빨리 취업해서 자리 잡아야 할텐데 하면서도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직장을 그만둔 뒤 3개월 째 별다른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김모(29)씨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는 취직을 미루겠다는 계획이다.
김씨는 하루종일 일을 해도 저녁식사 시간이 따로 주어지지 않았고,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출근했지만 일한만큼의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채용이 줄어든 환경도 구직 의지를 꺾는 요소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63.6%가 올 상반기 중 1명도 채용하지 않거나 아직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취업을 열심히 준비해도 통상 급여가 많고 근무환경이 좋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의 취업문 자체가 좁아져 회사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져 채용시장도 함께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 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조건의 일자리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취업을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내가 진심을 다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며 "더 이상 회사를 그만 두거나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 류모(24)씨도 취업 준비에 주저하고 있다. 류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채용이 줄어들어 원래 같으면 취업했어야 할 고스펙자들이 구직자 신분으로 남아 있다"며 "그 사람들 때문에 어차피 안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공모전에 지원조차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기업들이 많아 니트족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이 교수는 "기업에서 좀 더 청년을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 등의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일자리의 총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질 좋은 일자리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고용격차가 커지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보다 고용조건과 임금조건을 개선하는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