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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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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벗어나고파" 발버둥…위험한 선택 '영끌'

"빈곤 벗어나고파" 발버둥…위험한 선택 '영끌'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4.08

"은행 금리가 낮아 각종 예금과 적금을 깨 주식 투자에 올인하고 있어요. 지금 주식을 하지 않으면 돈 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요. 내 집 마련의 기회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요."
결혼을 준비 중인 최모(29)씨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주식 시세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실시간 차트를 외우고 있을 정도로 주식에 푹 빠져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값이 폭등하자 각종 대출을 끌어모으며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마련하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다.
최씨처럼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30 세대는 유동 자금이 모자란 경우가 다수다. 특히 20대인 C(Crisisㆍ위기)세대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투자금 확보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산다)'은 필수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은행에서 빌린 가계대출 잔액은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통계 작성 이래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식투자의 열풍과 더불어 주택 구입으로 가계 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0조원에서 800조원 도달까지 1년9개월이 걸렸다. 이후 1년6개월만에 900조원에 도달했다. 이어 1000조원을 넘어서기까지는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는 20대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시중은행(국민ㆍ우리ㆍ신한ㆍSCㆍ씨티ㆍ하나)의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20대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 5조2321억원에서 12월 7조4494억원으로 무려 42.4% 증가했다. 30대도 같은 기간 28%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40대는 16.5% 증가에 그쳤다.
C세대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뭘까.
지금의 젊은 층은 대한민국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업률은 점차 높아지고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또 부동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솟아오르고 있다. 사실상 회사에서 주는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꿈꿀 수 없게 됐다.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영끌' 등 자조섞인 유행어들이 이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가 만난 C세대들도 주택 마련 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점차 '영끌'에 동참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를 안 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목소리도 또래들 사이에서 꽤 나오고 있다"며 "요새는 가상화폐 시장에도 눈이 가고 있어 대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취업이 어렵고 회사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것이 '영끌'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열심히 벌고 월급을 모아 저축하는 시스템이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가격은 너무 뛰었고 최근 LH 사태와 같이 젊은 층에 허탈감을 주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가능했고 내 집 마련도 가능했다"며 "기존과 같은 경제활동으로는 내 집 마련 등이 어렵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늘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동안 영끌을 통해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이어왔는데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자 부담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국채가 오르면 우리나라 금리도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이같은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또 인플레이션 압력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가계 빚이 1000조원을 넘었지만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대출 수요도 있어 가계부채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