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의 반려학개론] 中 소녀 원형 탈모증, 남의 나라 이야기 아냐
[윤신근의 반려학개론] 中 소녀 원형 탈모증, 남의 나라 이야기 아냐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6.01
최근 원형 탈모증을 앓는 한 중국 소녀 사연이 국내에도 알려져 반려인, 특히 반려묘를 키우는 반려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머리 한가운데가 움푹 파인 듯한, 누가 봐도 안타까운 모습의 이 10세 소녀가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비로 반려묘 탓이기 때문이다.
5월1일 노동절을 기념해 아버지가 반려동물 숍에서 데려온 반려묘를 종일 안고 다니며 행복해하던 소녀. 열흘가량 지났을까 머리 한가운데에서 탈모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진균성 두부 백선'이었다.
반려묘 몸에 살던 진균(곰팡이)이 접촉을 통해 소녀에게 옮겨와 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 어린이는 탈모가 일어난 부위의 머리카락을 모두 깎아버리는 방식으로 확산을 막고 치료 중이다.
이 사연은 사진과 함께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한국에서도 적잖다.
다만 그 원인을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여길 뿐 반려동물이 원인이 됐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원인을 깨닫지 못하면 빠르고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질환은 '링웜'(Ringwarm)이다. '곰팡이성 피부병' '무좀' '백선' 등으로도 불린다. 정식 병명은 '피부 사상균증'이다.
반려동물이 그 부위가 가려워 긁을 때 털이나 각질이 떨어진다. 이것들이 사람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진균이 옮겨와 탈모를 비롯해 가려움증, 발진, 반점, 비듬, 각질 등 각종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 '인수 공통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보다 중국 소녀와 같은 어린이, 어르신과 기저질환자에게 발병하기 쉽다.
흔히 반려동물 피부병은 완치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만큼 치료비도 많이 든다고 알려졌다. 사실이다.
링웜은 심할 경우 감염된 부위보다 더 넓은 면적의 피부를 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구석에 곰팡이가 생긴 경우에도 식빵을 통째로 버려야 하는 것처럼 곰팡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이 독하기까지 해 반려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링웜도 조기 발견과 예방이 필수다. 집안 환경을 청결하게 하고, 빗질이나 브러시를 자주 해주면서 피부 상태를 살펴보자.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지면 바로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초기라면 주사, 내복약, 연고, 스프레이 등 치료 방법 선택지가 많다.
링웜이 아니라면 기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이 좋겠다. 반려동물이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처방 사료도 수의사에게 추천을 받아 먹이는 것도 권장할 만한 예방법이다.
링웜은 반려견보다 반려묘에게 잘 일어난다. 그런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반려토'다.
본인은 미처 깨닫지 못하다 필자에게 피부과에서 원형 탈모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 받은 반려인 중 상당수가 토끼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이었을 정도다.
반려토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인보다 어린이가 반려토를 더 애지중지하기 때문이다.
'캣맘' '캣대디' 등 길냥이를 아껴주는 분들에게도 조심스럽지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가급적 먹이만 주고, 직접적인 스킨십은 삼가시라. 안타깝게도 열악한 환경에 사는 탓에 링웜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더 클 수 있어서다.
본인이 건강해야 길냥이들을 위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필자의 말이 매정하게만 들리진 않을 것이다.
[윤신근, 수의사ㆍ동물학박사]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
머리 한가운데가 움푹 파인 듯한, 누가 봐도 안타까운 모습의 이 10세 소녀가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비로 반려묘 탓이기 때문이다.
5월1일 노동절을 기념해 아버지가 반려동물 숍에서 데려온 반려묘를 종일 안고 다니며 행복해하던 소녀. 열흘가량 지났을까 머리 한가운데에서 탈모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진균성 두부 백선'이었다.
반려묘 몸에 살던 진균(곰팡이)이 접촉을 통해 소녀에게 옮겨와 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 어린이는 탈모가 일어난 부위의 머리카락을 모두 깎아버리는 방식으로 확산을 막고 치료 중이다.
이 사연은 사진과 함께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한국에서도 적잖다.
다만 그 원인을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여길 뿐 반려동물이 원인이 됐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원인을 깨닫지 못하면 빠르고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질환은 '링웜'(Ringwarm)이다. '곰팡이성 피부병' '무좀' '백선' 등으로도 불린다. 정식 병명은 '피부 사상균증'이다.
반려동물이 그 부위가 가려워 긁을 때 털이나 각질이 떨어진다. 이것들이 사람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진균이 옮겨와 탈모를 비롯해 가려움증, 발진, 반점, 비듬, 각질 등 각종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 '인수 공통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보다 중국 소녀와 같은 어린이, 어르신과 기저질환자에게 발병하기 쉽다.
흔히 반려동물 피부병은 완치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만큼 치료비도 많이 든다고 알려졌다. 사실이다.
링웜은 심할 경우 감염된 부위보다 더 넓은 면적의 피부를 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구석에 곰팡이가 생긴 경우에도 식빵을 통째로 버려야 하는 것처럼 곰팡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이 독하기까지 해 반려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링웜도 조기 발견과 예방이 필수다. 집안 환경을 청결하게 하고, 빗질이나 브러시를 자주 해주면서 피부 상태를 살펴보자.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지면 바로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초기라면 주사, 내복약, 연고, 스프레이 등 치료 방법 선택지가 많다.
링웜이 아니라면 기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이 좋겠다. 반려동물이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처방 사료도 수의사에게 추천을 받아 먹이는 것도 권장할 만한 예방법이다.
링웜은 반려견보다 반려묘에게 잘 일어난다. 그런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반려토'다.
본인은 미처 깨닫지 못하다 필자에게 피부과에서 원형 탈모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 받은 반려인 중 상당수가 토끼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이었을 정도다.
반려토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인보다 어린이가 반려토를 더 애지중지하기 때문이다.
'캣맘' '캣대디' 등 길냥이를 아껴주는 분들에게도 조심스럽지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가급적 먹이만 주고, 직접적인 스킨십은 삼가시라. 안타깝게도 열악한 환경에 사는 탓에 링웜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더 클 수 있어서다.
본인이 건강해야 길냥이들을 위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필자의 말이 매정하게만 들리진 않을 것이다.
[윤신근, 수의사ㆍ동물학박사]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