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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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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서형 "성소수자 부담감 없었다… 멜로 소원 풀어 시원"

[인터뷰] 김서형 "성소수자 부담감 없었다… 멜로 소원 풀어 시원"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7.01

"드라마를 마치고 그 어떤 작품보다 시원했어요. 멜로를 해서 소원 풀이를 했고, 여한이 없죠. 그동안 목말랐던 걸 이 작품으로 풀었다고 볼 수 있어요."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기록으로 전날 종영한 '마인'은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이뤄진 효원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김서형이 연기한 '정서현'은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이자 뼛속까지 성골 귀족으로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집안의 중심을 잡는다. 이혼남인 효원그룹 장남 '한진호'(박혁권)와 결혼했지만, 사실 성 소수자로 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멜로라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성 소수자 이야기라기보다,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배우로서 캐릭터가 욕심났어요. 이미 외화에서는 많이 다루는 소재고, 이런 멋진 역할을 소화해낸 배우들을 보면 선망의 대상이 됐죠. 예전부터 기회가 오면 제가 편안하게 그려낼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것 때문이라도 선택할 이유가 있었죠."
이번 작품으로 멜로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었다는 김서형은 극 중 첫사랑인 '최수지'(김정화)와 즐겁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화씨와 만나면 절절했던 것 같다. 효원가 다리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몇 개월 만나온 사람처럼 연기했다. 정화씨와 눈과 눈으로 충분히 연기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최종회에서는 효원의 회장이 된 '정서현'이 과거에는 포기했던 '최수지'에게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라며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여운을 남긴다.
그는 "수지를 찾아간다는 건 꼭 사랑 쟁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정이든 어떤 형태든 수지를 마주한다는 건 나와 마주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서현이가 효원가에서 나 자신을 찾은 것"이라며 "시청자들에게 느낌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 중 연대를 펼친 효원가 둘째 며느리 '서희수' 역의 이보영과의 케미도 눈길을 끌었다. "보영씨라서 멋진 것 같아요. 육아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도 대단하죠. 얘기를 나눠보면 배우로서 겪어온 우여곡절이나 버텨온 게 비슷해서 동질감이 많이 있었어요. 그만큼 케미가 안 좋을 수 없죠."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김서형은 활동 초반에 기대만큼 역할이 주어지지 않아 실망도 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청순가련 혹은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비서나 사무직 직원, 부잣집 딸 등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목소리도 나쁘지 않은데, 왜 이렇게만 써먹나 부정하고 밀어내려 했던 때도 있었다. 멜로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20대 때는 한 번에 터질 줄 알았지만, 그 마음을 빨리 접었다"고 말했다.
"심혜진 배우처럼 커리어우먼 이미지라며, 주변에서 영화를 추천해줬어요. 영화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헤어스타일도 커트를 했죠. 20대 후반부터는 운명으로 생각하고 평생 가자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늦게 알아봐 준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걸 차근차근하자는 마음이었죠. 30대를 정말 열심히 살았고, 40대도 성실하게 임했어요. 고착화된 이미지를 매년 덜어내기 시작했고, 최선을 다한 사람에겐 그만큼의 결과가 온다는 걸 느끼면서 이제는 고착화가 무섭지 않게 됐어요."
"목마름이 있잖아요. 처음부터 긴 서사의 멜로에 대한 기대나 설렘이 아직 있죠. 이성간 만이 아니라 모성애 등 다양한 종류의 멜로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이 아닌 몇 년 후라도 맛은 봤으니까 다음 작품에 대한 설렘이 있죠.(웃음)"
'아내의 유혹'으로 인지도를 높인 김서형은 지난 2019년 종영한 'SKY 캐슬'로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센 캐릭터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차후에 또다시 센 캐릭터를 만난다고 해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을 끝내고 나면 비울 건 빨리 비우고, 다음에 대한 긴장과 설렘이 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 그걸로 버틸 힘이 생기죠. 연기는 쉬면 안 되더라고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자꾸 호기심이 생겨요. 센 캐릭터 역시 꼭 해야하는 역할도 있을 거예요. 얼마든지 다르게 변주해서 할 수 있고, 그 노력은 제 책임감이죠."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