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의 반려학개론] 개 식용 금지, 꿈에도 그리던 것이지만...
[윤신근의 반려학개론] 개 식용 금지, 꿈에도 그리던 것이지만...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10.01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관계 부처에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반면 육견협회를 중심으로 한 개 식용 업계는 '생존', 개고기 애호가들은 '먹을 권리'를 주장하며 반발한다.
필자는 우리나라에 '동물 보호'라는 개념조차 없던 1990년대 초 '한국동물보호연구회'를 창립해 '개고기 추방 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했다.
각종 방송 토론회에서 반대론자들을 대표해 옹호론자들과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병원으로 항의 전화, 협박 전화가 빗발쳤다. 요즘이라면 인터넷 '악플'인데 사실 악플은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병원으로 오는 전화여서 안 받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더욱더 '직접적'이라 필자는 물론 병원 식구들까지 정신적인 고통이 어마어마했다. 악플의 몇 배는 됐을 거로 생각한다.
그들은 심지어 온갖 허위 사실까지 유포해 오랫동안 필자를 괴롭혔다. 옹호론이 주류였던 시절이니 어디 호소할 곳도 없었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보신탕집'은 뒷골목으로 밀려났으나 1990년대에도 매년 여름철이면 '보양식' 대명사로 사랑받았다. 일부 애호가들은 "왜 여름에만 먹느냐?"며 일 년 내내 먹어 '사철탕'으로 통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개 식용은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나라 전통문화다. 프랑스(한국 보신탕 반대에 앞장선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나라)는 달팽이도 먹고, 푸아그라도 먹는데 우리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한국인을 '매국노'로 매도했다. 외국인 '내정 간섭'이라고 몰아붙였다.
조금 더 온건하고 합리적인 옹호론자들은 "병원에서도 대수술 환자에게 개고기 섭취를 권한다면서 영양가가 풍부한 '좋은 음식'이니 먹는 것이 좋다"는 논리로써 반대론자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좋은 음식이 넘쳐나고, 국내에서 애견을 키우는 인구 증가와 함께 애견 문화가 확산하자 이들의 논리는 달라졌다. "식용견과 애견은 다르다." 대세를 인정해 공존을 모색하는 행보로 보였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이 흘러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공개 거론하는 시대가 됐다.
필자는 당연히 개 식용 금지에 대찬성한다.
다만 대통령 발언 중 '신중하게'에게 방점을 찍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 식용 관련 종사자들이 주장하는 생존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개, 특히 육견은 소, 돼지, 닭 등 가축과 달리 사육하기 쉽고, 시설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영세한 육견업자들을 어떻게 전업시킬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신탕 업자들은 수십 년을 영업해 나름 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갑자기 삼계탕이나 소고기를 팔면 단골도 계속 올 리 없다. 이들은 어떻게 살게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개고기 애호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약 1500만 명이라 하지만, 음지에서 보신탕 등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수백만 명은 될 것이다.
심지어 안에서 반려견을 애지중지면서도 밖에서는 개고기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반려동물 인구 모두가 개 식용을 반대한다고도 할 수 없다.
공급이 있어 수요가 있는지, 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는지를 논한다면 필자는 최소한 개고기는 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막는다고 해도 수요가 당장 사라지지 않을 테니 암시장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식용 목적의 반려견 도난 사고, 직접 길러 몰래 잡아먹는 일 등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래서 개 식용은 정말 신중하게 검토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제대로 근절해야 한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
이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반면 육견협회를 중심으로 한 개 식용 업계는 '생존', 개고기 애호가들은 '먹을 권리'를 주장하며 반발한다.
필자는 우리나라에 '동물 보호'라는 개념조차 없던 1990년대 초 '한국동물보호연구회'를 창립해 '개고기 추방 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했다.
각종 방송 토론회에서 반대론자들을 대표해 옹호론자들과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병원으로 항의 전화, 협박 전화가 빗발쳤다. 요즘이라면 인터넷 '악플'인데 사실 악플은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병원으로 오는 전화여서 안 받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더욱더 '직접적'이라 필자는 물론 병원 식구들까지 정신적인 고통이 어마어마했다. 악플의 몇 배는 됐을 거로 생각한다.
그들은 심지어 온갖 허위 사실까지 유포해 오랫동안 필자를 괴롭혔다. 옹호론이 주류였던 시절이니 어디 호소할 곳도 없었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보신탕집'은 뒷골목으로 밀려났으나 1990년대에도 매년 여름철이면 '보양식' 대명사로 사랑받았다. 일부 애호가들은 "왜 여름에만 먹느냐?"며 일 년 내내 먹어 '사철탕'으로 통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개 식용은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나라 전통문화다. 프랑스(한국 보신탕 반대에 앞장선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나라)는 달팽이도 먹고, 푸아그라도 먹는데 우리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한국인을 '매국노'로 매도했다. 외국인 '내정 간섭'이라고 몰아붙였다.
조금 더 온건하고 합리적인 옹호론자들은 "병원에서도 대수술 환자에게 개고기 섭취를 권한다면서 영양가가 풍부한 '좋은 음식'이니 먹는 것이 좋다"는 논리로써 반대론자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좋은 음식이 넘쳐나고, 국내에서 애견을 키우는 인구 증가와 함께 애견 문화가 확산하자 이들의 논리는 달라졌다. "식용견과 애견은 다르다." 대세를 인정해 공존을 모색하는 행보로 보였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이 흘러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공개 거론하는 시대가 됐다.
필자는 당연히 개 식용 금지에 대찬성한다.
다만 대통령 발언 중 '신중하게'에게 방점을 찍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 식용 관련 종사자들이 주장하는 생존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개, 특히 육견은 소, 돼지, 닭 등 가축과 달리 사육하기 쉽고, 시설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영세한 육견업자들을 어떻게 전업시킬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신탕 업자들은 수십 년을 영업해 나름 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갑자기 삼계탕이나 소고기를 팔면 단골도 계속 올 리 없다. 이들은 어떻게 살게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개고기 애호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약 1500만 명이라 하지만, 음지에서 보신탕 등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수백만 명은 될 것이다.
심지어 안에서 반려견을 애지중지면서도 밖에서는 개고기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반려동물 인구 모두가 개 식용을 반대한다고도 할 수 없다.
공급이 있어 수요가 있는지, 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는지를 논한다면 필자는 최소한 개고기는 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막는다고 해도 수요가 당장 사라지지 않을 테니 암시장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식용 목적의 반려견 도난 사고, 직접 길러 몰래 잡아먹는 일 등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래서 개 식용은 정말 신중하게 검토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제대로 근절해야 한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