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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이어 구하라마저…"악플 근절 논의 재점화"

설리 이어 구하라마저…"악플 근절 논의 재점화"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19.11.26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28)가 절친 'f(x)' 출신 배우 설리(25)에 이어 한달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을 평소 괴롭히던 악플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를 몇가지로 한정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미국 CNN이 구하라의 죽음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이 온라인 악플로 인한 K팝 스타들의 극심한 압박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고 짚었듯이, 이번을 기점으로 악플 문제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미 여러 연예인이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 만큼 악플에 대한 우려는 여러 번 제기됐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매번 유야무야됐다.
연예인이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따른 법적대응밖에 없다. 구하라도 지난 6월 소셜 미디어에 우울증을 호소하며 "앞으로 악플 선처 없다.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예쁜 말 고운 말 고운 시선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예인인만큼 무조건적인 고소가 힘들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대부분의 악플러는 낮은 벌금을 받는데 그친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와 대한가수협회 등이 설리 사망 이후 "연예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한 대응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한 이유다.
이에 따라 2007년 포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5년 만에 폐지된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악플의 근원지'로 통하는 포털사이트들도 자정 작업을 시작했다. 카카오다음은 설리의 사망을 기점 삼아 연예 기사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없앴다. 네이버는 심한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을 숨겨주는 '클린봇' 등을 통해 필터링 기능을 강화했다.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도 악플을 낳은 온상으로 통하고 있다. 네이버 등에는 구하라의 연관 검색어로 안검하수 등이 나타나 있다. 구하라와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의 법적 공방이 한창일 때는 최씨의 '리벤지 포르노' 논란을 낳은 '구하라 동영상'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순위가 오르내리는 실시간 검색어도 자극적으로 채워진다. 역시 자극적 키워드를 나열해 글을 쓰는 블로그들도 문제다.
최근 들어 연예인이 가장 유의해야 할 악플 근원지는 소셜 미디어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소셜 미디어에 악플을 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연예인들이 직접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악플 근절을 위해서는 시스템 재편과 함께 네티즌들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구하라 사망 직전까지 그의 소셜 미디어에는 악플이 달렸다. 설리의 사망 이후에도 일부에서는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이 악플이 이어졌다.
가수 겸 화가 솔비는 25일 소셜 미디어에 구하라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악플러들의 대상으로 쉽게 여겨지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 이상 사랑하는 선배, 후배, 동료들을 잃고 싶지 않다"고 썼다.
한편 구하라 측은 애초 27일 밤 12시(자정)까지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차린 빈소에서 팬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으나 시간을 26일 밤 12시(자정)까지로 변경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