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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 "자존감 바닥 쳤을때 만난 '이웃사촌'…초심 되찾아"

[인터뷰] 정우 "자존감 바닥 쳤을때 만난 '이웃사촌'…초심 되찾아"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0.11.19

배우 정우가 휴먼 코미디 영화 '이웃사촌'으로 돌아왔다. 1980년대 반공 의식이 투철한 도청팀장으로 변신한 그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1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만난 영화가 이웃사촌이다"고 밝혔다.
영화 '흥부' 촬영을 마치고 '이웃사촌' 사니리오를 읽은 그는 "연기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복합적으로 힘든 시기였다"며 "차가운 시대에 순수하게 사람을 살리는 대권이의 이야기가 뜨겁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웃사촌'은 귀국하자마자 가택 연금을 당하는 야당 총재 이의식(오달수)과 그의 옆집에서 24시간 도청 임무를 맡게 된 국가안보정책국 도청팀장 대권(정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의식'을 도청하는 도청팀장이자 그의 이웃인 '대권'은 '의식'의 인간적인 모습에 점차 변화한다.
정우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점점 인간적으로 변하는 대권의 모습에 연민이 느껴졌다"며 "두 남자의 우정을 따뜻하게 그리는 점도 마음에 와 닿았다"고 전했다.
배우로서는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극한의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토로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힘들었다는 그는 "하루하루 허들을 뛰어넘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어려운 장면이 정말 많았어요. 아들하고 통화하는 장면, 의식과 교감하는 장면 등 특히 후반에는 감정을 쏟아내는 신이 많아요. 기존 작품은 2에서 시작을 한다면 이 감독님은 4~5에서 시작해요. 연기하면서 디렉션도 계속 추가되고요. 물리적인 상황들 때문에 테이크가 여러 번 갈 때는 감정들이 거의 남지 않는데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연기할 힘을 얻었어요."
연기의 공을 이환경 감독에게 돌릴 정도로 이 감독과 현장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마포대교로 향하는 장면은 이 감독과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과 대사를 섬세하게 다듬어서 탄생했다.
그는 "작품을 대하는 자세,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됐다"며 "초심의 영화를 찍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촬영할래? 하면 이만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뜻 대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며 "정말 온 몸을 던져서 촬영에 임했다. 영화가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서 감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고 만족해했다.
영화는 2018년 2월 촬영을 마친 직후 오달수의 '미투'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봉이 미뤄졌다. 3년여만에 관객과 만나는 소회를 묻자 "기도하는 마음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흥부' 이후 '이웃사촌'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뜨거운 피'를 연달아 촬영했는데 '뜨거운 피' 역시 촬영한지 1년이 지났어요. 개봉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신뢰하고 기다릴 뿐이죠."
영화 네 편, 그것도 감정 소모가 심한 역할을 연이어 찍은 정우는 1년 3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는 "내 안에 꺼내 쓸 재료들이 많이 고갈돼 심적으로 힘들었다"며 "공백기를 가지면서 또 다시 절실함을 채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배우로서 비워내고 또 채우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차기작은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강력계 형사 역할로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쉬는 동안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기존에 보였던 모습이 아닌, 다른 작품으로 연기를 하고 싶은 그런 갈증이 있었죠. 다른 스타일의 로코로 조금은 과격하지만 유쾌한 드라마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하하."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