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경구 "낯선 것 거부감에 미루다 28년 만에 첫 사극"
[인터뷰] 설경구 "낯선 것 거부감에 미루다 28년 만에 첫 사극"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4.01
배우 설경구가 1993년 데뷔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이준익 감독의 흑백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서다.
실존 인물인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을 연기한 그는 지식인의 진중한 모습과 함께 바다 생물에 눈 뜬 호기심 많은 소탈한 면모까지 넘나들며 극에 녹아들었다.
그는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미뤄온 것 같다. 또 사극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기도 했다"면서도 "미룰수록 '사극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계속 들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사극을 한두 번 더 해보고 싶다. 흑백을 찍었으니까, 컬러로도 찍어보고 싶다"라며 "사극이 낯설었지만,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편안한 촬영 현장…정약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첫 사극에 도전한 설경구는 실존 인물인 정약전을 연기한 만큼 진정성을 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극은 조선 순조 1년(1801년) 천주교도를 탄압한 신유박해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남도의 끝섬 흑산으로 유배를 당하면서 전개된다. 신분도 가치관도 다른 이질적인 관계의 정약전과 젊은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서로의 스승과 벗이 돼 참된 삶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담아낸다.
그는 "실존 인물, 큰 학자의 이름을 배역으로 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며 "약전에 대해서 연구하고 공부했다기보다는 섬에 들어가서 감독, 스태프, 배우들과 잘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며 "감독님이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그 말을 믿고 했다. 모든 걸 믿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준익 감독님은 장점만 얘기하시고 단점은 얘기 안 하신다. 갓과 수염을 붙이고 왔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주셨다"며 "나이가 먹었지만 칭찬을 들으니 용기가 나더라. 낯선 모습이었지만 좀 더 자유로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수평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촬영 현장도 한몫했다. 설경구는 "촬영장이 섬이다 보니 항상 마당에 모여서 같이 밥 먹고 쉬곤 했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현장이었다. 그래서 배역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고 했다.
창대 역할의 변요한은 설경구가 직접 이준익 감독에게 캐스팅을 추천해 성사됐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과거 '감시자들'(2013) 첫 촬영 전 배우들끼리 상견례를 할 때 변요한을 처음 봤었다. 붙는 신은 없었는데 당시 내 앞에 변요한이 앉아있었다. 눈빛이 참 인상적이어서 무심코 '눈이 참 좋다'고 얘기했다. 낯가림이 심한데 성격적으로도 저랑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변요한과의 브로맨스 케미 비법을 묻는 말에는 "선후배 관계가 아니라 친구가 돼야 한다. 어려워하지 않도록 좀 더 다가가려 한다"며 "남자배우들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형으로 부르라고 늘 말한다. 선후배를 떠나 동료 배우로 편해지면 극에도 전달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멜로는 모든 배우들의 로망]
가거댁 역의 이정은과는 로맨스 연기도 선보인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설경구는 이정은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어릴 때부터 봤던 사이라서 정말 편하다. 잘 안 친한 배우랑 로맨스 연기를 했다면 부끄러웠을 텐데, 서로 장난도 치면서 편하게 했던 거 같다. 무엇보다 이정은의 존재만으로 든든하고 편했다"고 했다.
이어 이정은이 대세 배우로 거듭난 것에 대해 "물론 반가웠지만, 너무 늦게 빛을 본 배우 같다. 더 일찍 알려졌어야 할 배우였다"며 "이정은은 학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가였다. 춤도 잘 추고 재주도 많다. 그러니 잘 되자마자 대형사고(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출연)를 치지 않았나. 역시 이정은이다 싶었다"고 추어올렸다.
멜로극에 대한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멜로는 모든 배우의 로망일 것"이라면서 "요새 장르 영화가 잘 되다 보니 다들 우르르 장르로만 가고 있다. 변요한의 말처럼 뼈와 살과 배를 쪼개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상업영화 전체인 양 되는 부분이 있는데, 원래 영화는 멜로 영화이지 않느냐"고 아쉬워했다.
31일 개봉하는 '자산어보'는 코로나19 속 정면 돌파를 택한 한국 영화로도 주목받고 있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가 흑백 영화의 편견을 깨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흑백 영화는 저렴하고 예스럽고 지루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그런 편견을 깨부수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영화다. 많이 위로받으셨으면 한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
실존 인물인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을 연기한 그는 지식인의 진중한 모습과 함께 바다 생물에 눈 뜬 호기심 많은 소탈한 면모까지 넘나들며 극에 녹아들었다.
그는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미뤄온 것 같다. 또 사극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기도 했다"면서도 "미룰수록 '사극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계속 들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사극을 한두 번 더 해보고 싶다. 흑백을 찍었으니까, 컬러로도 찍어보고 싶다"라며 "사극이 낯설었지만,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편안한 촬영 현장…정약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첫 사극에 도전한 설경구는 실존 인물인 정약전을 연기한 만큼 진정성을 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극은 조선 순조 1년(1801년) 천주교도를 탄압한 신유박해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남도의 끝섬 흑산으로 유배를 당하면서 전개된다. 신분도 가치관도 다른 이질적인 관계의 정약전과 젊은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서로의 스승과 벗이 돼 참된 삶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담아낸다.
그는 "실존 인물, 큰 학자의 이름을 배역으로 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며 "약전에 대해서 연구하고 공부했다기보다는 섬에 들어가서 감독, 스태프, 배우들과 잘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며 "감독님이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그 말을 믿고 했다. 모든 걸 믿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준익 감독님은 장점만 얘기하시고 단점은 얘기 안 하신다. 갓과 수염을 붙이고 왔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주셨다"며 "나이가 먹었지만 칭찬을 들으니 용기가 나더라. 낯선 모습이었지만 좀 더 자유로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수평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촬영 현장도 한몫했다. 설경구는 "촬영장이 섬이다 보니 항상 마당에 모여서 같이 밥 먹고 쉬곤 했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현장이었다. 그래서 배역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고 했다.
창대 역할의 변요한은 설경구가 직접 이준익 감독에게 캐스팅을 추천해 성사됐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과거 '감시자들'(2013) 첫 촬영 전 배우들끼리 상견례를 할 때 변요한을 처음 봤었다. 붙는 신은 없었는데 당시 내 앞에 변요한이 앉아있었다. 눈빛이 참 인상적이어서 무심코 '눈이 참 좋다'고 얘기했다. 낯가림이 심한데 성격적으로도 저랑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변요한과의 브로맨스 케미 비법을 묻는 말에는 "선후배 관계가 아니라 친구가 돼야 한다. 어려워하지 않도록 좀 더 다가가려 한다"며 "남자배우들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형으로 부르라고 늘 말한다. 선후배를 떠나 동료 배우로 편해지면 극에도 전달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멜로는 모든 배우들의 로망]
가거댁 역의 이정은과는 로맨스 연기도 선보인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설경구는 이정은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어릴 때부터 봤던 사이라서 정말 편하다. 잘 안 친한 배우랑 로맨스 연기를 했다면 부끄러웠을 텐데, 서로 장난도 치면서 편하게 했던 거 같다. 무엇보다 이정은의 존재만으로 든든하고 편했다"고 했다.
이어 이정은이 대세 배우로 거듭난 것에 대해 "물론 반가웠지만, 너무 늦게 빛을 본 배우 같다. 더 일찍 알려졌어야 할 배우였다"며 "이정은은 학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가였다. 춤도 잘 추고 재주도 많다. 그러니 잘 되자마자 대형사고(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출연)를 치지 않았나. 역시 이정은이다 싶었다"고 추어올렸다.
멜로극에 대한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멜로는 모든 배우의 로망일 것"이라면서 "요새 장르 영화가 잘 되다 보니 다들 우르르 장르로만 가고 있다. 변요한의 말처럼 뼈와 살과 배를 쪼개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상업영화 전체인 양 되는 부분이 있는데, 원래 영화는 멜로 영화이지 않느냐"고 아쉬워했다.
31일 개봉하는 '자산어보'는 코로나19 속 정면 돌파를 택한 한국 영화로도 주목받고 있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가 흑백 영화의 편견을 깨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흑백 영화는 저렴하고 예스럽고 지루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그런 편견을 깨부수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영화다. 많이 위로받으셨으면 한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