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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손님’의 류승룡 “흥행 신경쓰는 순간 본질 어긋나”

영화 ‘손님’의 류승룡 “흥행 신경쓰는 순간 본질 어긋나”

by 뉴시스 2015.07.08

배우 류승룡(45)이 주연한 '손님'(감독 김광태)은독특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손 없는 날'이라는 토속 민간 신앙에 서양 전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결합한 형태다. 스산하면서도 가족적이고, 섬뜩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손님'의공기는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다.

다양한 수식어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가 '손님'이지만, 결국 이 작품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감정은 부성애다. 극을 파국으로 이끄는 건 결국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이런지점에서 류승룡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2)에서 그는 지능은 조금 낮지만, 딸을향한 사랑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아버지 '용구'를 연기한적이 있다.

'손님'에서 류승룡이 맡은 역할은 떠돌이 악사(樂師) '우룡'이다. 그는어린 아들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서울로 가다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한 마을로 들어간다. 묘한 분위기의이 마을에서 우룡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맞닥뜨린다.

영화는 류승룡을 비롯해 이성민, 천우희 등 뛰어난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중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류승룡과 아들 '영남'을 연기한 아역 배우 구승현의 호흡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소소한 장면부터 함께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퀀스에서 두 사람의 표정은 마치 실제부자를 보는 듯 살아있다.

"'7번 방의 선물' 때나 '손님'에서나 자식이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다른 연기를 해야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연기는 연기일 뿐이었구나'라고 생각할 때쯤 그가 말을이었다.

"진짜 아들이라고생각했어요. 제가 딸이 없어요. 그래서 '7번 방의 선물' 때는 (갈소원이) 예뻐죽겠더라고요.(웃음) 무조건예뻐 보이니까. 말 그대로 딸 바보였죠.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아들이었으니까요. 친구 같은 느낌이죠. 하지만 인사 잘 안 하고 그러면 나무라기도 하고요. 아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언뜻 아버지를 연기하는 게 류승룡에게는 가장 쉬운 일로 보이지만, '손님'을 촬영하면서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연기가 반대로 아버지를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는 "막상 영남에 대한 애정을보여주는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그 관계를 보여주는 연기가 가장 어려운 장면 중 하나였다"고말했다. "일관된 감정을 유지하면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않게 (아들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류승룡이 '우룡'을연기하면서 겪은 또 다른 어려움은 피리다. 악사이자 광대인 우룡이 바로 피리 부는 사나이다. 영화에는 우룡이 피리를 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마을 잔치를 벌일때도, 쥐를 내쫓을 때도 우룡은 피리를 분다. 류승룡은 영화에서피리 부는 장면을 모두 직접 소화했다.

본격적인 영화배우가 되기 전 그는 '난타'의 일원이기도 했다. 5년 동안 '난타'를 했으니 음악과 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피리 선생과 두 차례만났고, 동영상을 통해 꾸준히 연습했다. 그는 "쉽지는 않지만, 매우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했다.

"도전이라면 도전이죠. 하지만 그게 도드라지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새로운 언어로 연기한다든지,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 몸을 만드는 것, 분장이라든가, 제 부족함을 채우는 장치일 뿐이죠. 그것보다는 감정을 유지하고, 그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이 더 치열하고힘든 작업이잖아요. 그런 게 회자됐으면 하는 거죠."

류승룡은 명실상부 흥행 배우다. 그는 '명량'(2014) '7번 방의 선물'(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세 편의 1000만 관객 영화에 나왔다. '내아내의 모든 것'(2012) '최종병기 활'(2011) '고지전'(2011)도 흥행에 성공했다. '류승룡이 나오는 영화는 재밌다'라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다.

그는 "늘 하던대로 할 뿐"이라고 짚었다. "그런 것(흥행)에 신경 쓰는 순간, 본질에서어긋나는 거죠. 연기가 재밌고, 연기를 성실히 하는 것. 그것 외에 아무것도 없어요." <뉴시스기사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