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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보단 사랑… 셀프웨딩•스몰웨딩 등 ‘실속형 결혼식’ 인기

형식보단 사랑… 셀프웨딩•스몰웨딩 등 ‘실속형 결혼식’ 인기

by 뉴시스 2015.07.27

진모(29·여)씨는올해 초 결혼을 앞두고 웨딩플래너의 도움 없이 발품을 팔아 본인 결혼식을 꾸려나갔다.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앞서 결혼한 친구들처럼 판에 박힌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일생에단 한 번뿐인 결혼식인 만큼 취향을 마음껏 반영하고 싶었다.

진씨 부부는 사진 촬영도 대동소이하게 꾸며놓은 실내 스튜디오에서 남들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는것이 싫어서 더욱 자연스러울 수 있는 야외 스냅 촬영을 선택했다. 예물과 예단, 폐백과 신랑·신부 한복도 생략했다.결혼반지는 커플링으로 대체했는데 이마저 남편 지인이 부부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매우 저렴하게 제작해줬다. 예식은 다니는 교회에서 직접 고른 출장뷔페 등으로 해결했다. 부케와청첩장 역시 직접 업체를 선정, 원하는 스타일로 제작했다.

진씨는 “사실 일반 패키지 예식보다 크게 저렴하지도않았고, 생략한 것도 많았다. 결혼식 준비에 투자한 시간을따져보면 비용이 더 든 것인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그야말로 나와 남편이 원하는 조합으로 결혼을꾸리다 보니 만족도가 훨씬 컸다”고 돌아봤다.

◇‘패키지 예식’ 아닌‘개성’을 살린다

국내 결혼 문화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1년 사이 ‘셀프 웨딩’ ‘작은결혼식’등 새로운 결혼식 스타일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 많은사람을 부르기보다 진심으로 축하해 줄 사람들만 초대하거나 패키지 상품을 따라가는 대신 신랑·신부가 직접팔을 걷어붙이고 결혼식을 완성하는 등 ‘형식’보다 ‘의미’에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로 선정한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추진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정부가 이를 개선하려는 것은 허례허식에서 탈피함으로써 의미 있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결혼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라며 “이 개선을 통해 천편일률적으로 축의금을 건넨 뒤 식권을 받아 밥 먹고 오는 방식의 결혼식에서 벗어나 축제가되고, 의미를 담는 결혼식을 만든다면 생활문화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고말했다.

실제 설문조사를 보면 사람들은 “결혼식에 가까운 친구나친척만 오면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도 결혼 비용을 아까워하고, 줄여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소영·홍승아·이아름 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고비용 결혼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조사 대상자 1200명 중 611명(50.9%)은 “결혼식에 가까운 친척·친구만 오면 초라해 보인다”고 응답했지만, 589명(49.1%)가 “초라해보이지 않는다”고 답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결혼 비용 중 아까운 항목에 대해서 30%가 ‘결혼식 비용’을 꼽았고, ‘예단비’(18.5%), ‘예물비’(11.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중에서도 “결혼식 비용이 아깝다”고 답한 부모세대는 전체의 26.8%에 그쳤으나 자녀세대는 36.5%에 달해 자녀세대가 결혼식 비용을 더 아깝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결혼식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세대 역시 결혼식 지원 액수에 대해서는 절반이상(51.9%)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웠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7%가 이상적인결혼비용으로 1000만~3000만원을 꼽았고, 3000만~6000만원(29.5%),1000만원 미만(17.8%) 순이었다.

고비용 결혼문화 개선 방법으로 전체 응답자 중 43.4%가 ‘예단 예물 최소화’를 들었다, 이어 ‘결혼 당사자의 결혼비용 부담’(21.7%)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명 스타들이 신드롬 이끌어

과도한 결혼식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존 형태에서 탈피하지 못하던 국내 결혼 문화에 변화의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연예인의 영향도 적잖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가수 이효리(36)와 이상순(41)이 제주도 별장에서 가까운지인들만 초청해 조용한 결혼식을 치른 것이나 지난 5월 배우 원빈(38)과이나영(36)이 강원 정선군 한 민박집에서 양가 친척들 위주의 작은 결혼식을 올린 것 등이 좋은 예다.

‘작은 결혼식’을 주로 진행하는 남유연 웨딩디렉터는 “젊은 세대는 작은 결혼식을 진작부터 하고 싶어 했지만, 기성세대는이런 결혼식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스타들이 앞다퉈 작은 결혼식을 선택하면서 기성세대의 시선도 변화하게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직장동료의 청첩장이 하나의 고지서처럼 전락해버린 시점에서 가식적인 축하가 아니라 진심 어린 축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작은 결혼식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백석대 청소년학과 유성렬 교수는 “혼례는 전통적인의미로 신랑과 신부의 행사가 아니라 두 집안이 만나는 행사의 의미를 지녔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집안끼리결합의 의미보다 함께 살려고 하는 두 사람이 만나는 의미로 변화해왔다”며 “주변의 것을 신경 쓰기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과 맞물려 작은 결혼식이 늘어나고있는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다만 혼주(婚主)가 신랑, 신부가 아닌 그들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인만큼 어른들도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젊은 세대에게 의미 있고 좋아하는 방식의 결혼식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조언했다. <뉴시스 기사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