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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지정… 공무원 ‘환영’ vs 중소기업 노동자 ‘위축’

임시공휴일 지정… 공무원 ‘환영’ vs 중소기업 노동자 ‘위축’

by 뉴시스 2015.08.07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는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가운데 직장인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우선 공휴일 혜택을 제한없이 누릴 수 있게 된 공무원들과 대기업 직장인들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방시청에서 근무하는 박모(29)씨는 "신입이고 해서 눈치 보느라 휴가를 오래쓰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휴가가 주어져 기쁘다"고 즐거워했다.

직장맘이라 자녀와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직장인 김모(37·여)씨도 "연휴동안 아이들과 가까운 계곡으로 피서를 갈 계획"이라며 "운 좋게도 휴가가 14일과 이어져 일주일간 아이들과 많이 놀아줄 예정이다"고전했다.

관공서에서 일하는 이혜인(31·여)씨도 "하루 쉬는 만큼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그래도 쉬는 게 어디냐"며 "마음 편히휴식을 즐기기 위해 오늘부터 야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2013년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괴리감을 호소했다.

의료기기 업체에서 일하는 최은재(38)씨는 "중소기업 상황 상 근로자들이 고용주에게 휴일을 요구할 만한 여건이 안 된다"며 "괜히 정부에 대한 반감만 생긴다. 왜 임시공휴일을 만들어서 기분만 상하게 하냐"고 심드렁하게말했다.

수입식품 회사에서 일하는 이모(45·여)씨도 "이런 건 대기업과 공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 아니겠냐"며 "이럴 때 내가 일하는 회사가 작은 회사구나하고괜한 위축감만 생긴다. 공휴일을 지정할 거면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제조업체 과장으로 재직 중인 이성현(44)씨 역시 "저희 회사같이 전체 인원이 30명 남짓인 곳에서는 휴일이라고해서 마음껏 쉴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며 "매일같이야근하고 토요일에도 일할 정도로 먹고살기 바쁜 마당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괜히 쉬었다가 수당이없으면 노동자도 손해아니겠냐"고 밝혔다.

임시공휴일이라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됐다는 지적도 상당수 이어졌다.

전기설비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전종열(57)씨는 "바쁘지 않으면 쉴 수도 있지만 소규모 기업 여건상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최소 한 달 전에만 임시공휴일 지정을 했어도거기에 맞춰 일정을 짤 수 있다. 그런데 납품 기한을 맞춰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 갑자기 공휴일이라고운영을 멈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주모(30·여)씨도 "갑자기 쉬어서 좋기는 하지만 피같은 연휴에 그냥 집에만있게 됐다"며 "휴가철이라 어디 놀러가려해도이미 예약이 꽉 차있는 상태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할 거면 좀 더 일찍 알려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내수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도입한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소기업 인턴 전모(30)씨는 "임시공휴일이라고 갑자기 교외로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원래 돈 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인 거 아니냐"며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집 주변에만 있을 텐데고궁이나 미술관,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무료라 해도 소비진작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신모(27·여)씨 역시 "불과 10일전에공휴일을 지정했는데 나랏일을 이렇게 즉흥적으로 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광복 분위기를 내고 내수 진작이목적이라고 하지만 하루 쉰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하면서 1조3000억원 정도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이는 기업 전체가 쉬는 걸 전제로 할 때다.

역대 임시공휴일은 1962년 4월19일 첫 지정 이후 지금까지56차례 이어졌다. 이 중 37회(66.1%)는 선거 투표 등으로 인한 임시공휴일이었다.

<뉴시스 기사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