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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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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내 집 마련을"…새해에도 여전한 '로또 청약' 광풍

"늦기 전에 내 집 마련을"…새해에도 여전한 '로또 청약' 광풍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1.21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는 내 집을 마련을 할 수 없어요."
직장인 김모(47)씨는 올해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주말마다 수도권 일대 아파트 단지들을 돌고 있다. 또 부동산 정보 업체에서 제공하는 청약 일정 알림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급등한 서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탈(脫) 서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울 전셋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부담되고, 전셋집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도 지쳤다"며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웬만한 가점으로는 당첨될 가능성이 적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청약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무섭게 치솟으며 과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집값이 급등한 데다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분양시장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특히 주택 소비심리가 급등하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청약자 수가 대폭 늘어나는 등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도 치열하다.
주택소비심리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0년 11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전국 주택시장(매매 및 전세)의 소비심리지수(134.9)는 전월대비 3.6p 상승했다. 수도권(134.5)은 전월 대비 2.5p, 비수도권 4.9p 각각 상승했다.
지역별 소비심리지수(전월 대비)는 전국이 141.1로 8.7p 올랐고, 수도권(138.1)과 비수도권(144.3)이 각각 8.2p, 9.3p 상승했다. 지역별로 ▲울산(166.8) ▲대구(159.5) ▲부산(153.4) ▲세종(147.3) ▲광주(145.2) 등이 지방의 주택 소비심리 상승을 주도했다.
주택소비심리는 지난해 분양시장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기준 1순위 청약경쟁률은 27.51대 1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15.16대 1, 2018년 14.98대 1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주택 수요자들의 선호가 높은 서울은 지난해 88.22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9년(31.6대 1)과 비교하면 약 2.79배 높은 수치다.
청약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기준 1순위 청약자 수는 435만1827명으로, 지난 5년 동안(2015~2020년) 가장 많은 1순위 청약자 수가 몰렸다. 연도별로 ▲2019년 231만7114명 ▲2018년 197만6220명 ▲2017년 222만6572명 ▲2016년 420만690명 ▲2015년 390만9711명으로, 지난해에 주택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대거 몰렸다.
이같은 분위기는 해가 바뀌었지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해들어 수도권에서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2일 청약을 진행한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수정구 창곡동)에 '위례자이 더시티'가 61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에서 나온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537.1대 1)을 뛰어넘은 수도권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이 단지는 공공택지에 지어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공공분양 기준으로 분양가는 주택형별로 6억9880만∼9억7980만원 수준으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청약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값·전셋값 상승이 장기화하고, 내 집 마련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공급 절벽이 심화하면서 이른바 '로또 청약'을 향한 청약 대기 수요가 급증, 청약 과열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전세난이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청약 과열이 전셋값 상승과 매매 수요 자극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이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공급 물량 축소에 따른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지고, 주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인한 차익 실현 기대감 역시 청약 경쟁률 급증에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 과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분양 시장에 몰려 올해도 청약 광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약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가점이 비교적 낮은 수요자들이 아파트 매매에 나설 경우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청약 대기 수요가 전세시장에 머물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주택 수요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규 주택을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