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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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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해지할래요"…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계약 해지할래요"…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4.05

"1주일 전에 가입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아요. 해지해주세요." 이제 금융상품도 환불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난달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면서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금소법에 따라 이제 금융사들은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때 먼저 이 고객이 일반소비자인지, 아니면 전문금융소비자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청약철회권 등 일부 규정이 일반금융소비자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금소법상 일반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 등 전문금융소비자가 아닌 경우를 말합니다.
본인이 일반금융소비자라면,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청약철회권이란 쉽게 말해 소비자가 정해진 기간 내 계약을 철회하겠다 하면 소비자가 낸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종의 숙려제도와 같다고 볼 수 있겠죠. 기간은 상품에 따라 다른데 대출성 상품은 14일 이내, 보장성은 15일 이내, 투자성 상품은 7일 이내에 철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청약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금성 상품을 제외한 대출ㆍ보장ㆍ투자성 금융상품에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리스ㆍ할부금융, 지급보증, 신용카드, 증권담보대출 등 대출성 상품은 '환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제3자 보증보험, 90일 보장 보험, 건강진단 지원 보험 등 일부 보장성 상품도 청약철회권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투자성 상품은 비금전신탁, 고난도 금전신탁계약ㆍ고난도 투자일임계약, 고난도 금융상품인 펀드에 한해 환불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위법계약해지권'은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사가 판매규제를 위반했을 때, 소비자가 중도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에 따라 만기 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사모펀드'도 금융사가 적합성 원칙과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금지, 부당권유금지 등 5개 판매원칙 규제를 어긴 것이 확인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해졌습니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나 옵티머스ㆍ라임펀드가 모두 이 폐쇄형 사모펀드에 해당합니다. 위법계약해지 요구는 계약일로부터 5년, 위법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위법계약해지권은 위약금이나 수수료 없이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지, 원금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출 이자, 카드 연회비, 펀드 수수료ㆍ보수, 투자손실, 위험보험료 등은 돌려받을 수 없단 얘깁니다.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하면 계약은 '해지시점' 이후부터 무효가 되기 때문에, 계약 체결 후 해지시점까지의 발생한 비용 등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이 도입되자 금융사들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들이 갖가지 이유를 대가며 가입했다가 철회하는 것을 반복하는 행위를 막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청약철회권은 상품이나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없더라도 단순 '변심'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대출을 받아 며칠만 쓰고 바로 해지하는 식의 사례가 늘어날 수 있어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청약철회권을 한 달 내 두 번이상 요청하는 경우, 금융사가 거래상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부여하더라도 불공정영업행위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위법계약해지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식으로 펀드 등이 손실이 날 때마다 계약해지부터 요구하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금소법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와의 분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어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묻혀있던 금소법이 10년 만에 힘겹게 첫 발을 뗐지만, 시행 초기 현장에서는 혼란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내용이 방대한 데 반해 기준은 모호하고, 여기다 제대로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겁니다. 금융위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일부 규정은 최대 6개월간 적용을 유예하고, 개선점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만반의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시행이 됐으면 더할나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배는 떠났고, 이젠 순탄한 항해를 해야 할 때입니다. 금융권은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향해 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가 영원히 지속되진 않을 겁니다. 소비자들의 권리를 확대하고 보호장치를 두텁게 하기 위해 10년만에 잠에서 깨어난 금소법이 조속히 안착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보길 기대합니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