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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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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 반려견에게 오복 중 으뜸 선물하는 법

[윤신근의 반려학개론] 반려견에게 오복 중 으뜸 선물하는 법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1.05.25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이후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견이 많아졌다. 새로 입양돼 건강검진이나 예방 접종을 받으러 오는 아이도 많지만, '입 냄새' 탓에 온 경우도 적잖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평일 밤이나 주말 외출을 삼가는 일이 많아지면서 많은 반려인이 집 안에서 반려견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에는 무심히 넘어갔던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도 자기 입 냄새를 미처 느끼지 못하다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래도 사람은 최소한 그 위험성을 알기에 평소 관리를 한다. 반려견은 반려인이 살펴주지 않으면 스스로 입 냄새 제거에 나설 수는 없다.
입 냄새가 심해 병원을 찾은 반려견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치아에 치석이 많이 끼어있다. 치석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밥이나 간식을 먹을 때 치아 사이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고, 이것이 형성한 '플라크'(Plaque)가 치아에 붙은 채 굳어버려 생긴다.
치석을 예방하려면 평소 반려견에게 전용 사료를 먹이고 반려견이 식사한 다음에는 이를 닦아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사료를 먹여야 한다"는 말에 '별것 아니네' '쉬운 일이잖아'라고 생각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여기엔 '사람이 먹는 것을 주지 않고 대신'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그래서 의외로 쉽지 않다. 사람이 식사하거나 간식을 즐길 때 옆에 와서 달라고 조르는 반려견을 보고도 매정하게 거부하는 반려인이 의외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먹는 것을 다면 이라도 잘 닦아줘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 사람도 이 닦는 것을 귀찮아하는데 이를 왜 닦아야 하는지 이유도 알지 못하는 반려견이 그런 거북스러운 상황을 반길 리 없는 탓이다. 이리 피하고, 저리 도망치는 와중에 이 닦아주는 것을 포기하게 되고, 반려견의 치아에는 사랑 아니 치석이 서서히 쌓여만 간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스케일링만 잘 해줘도 입 냄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 나아가 반려견 치아나 잇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질환도 해결할 수 있다.
반려견 스케일링은 전신 마취한 뒤 이뤄진다. 사람도 스케일링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반려견은 더할 나위 없다. 도망치는 것은 양반이다. 자신에게 해코지하려는 것으로 오해해 수의사를 공격한다.
마취해야 한다는 말에 놀라 스케일링을 포기한 채 반려견을 데리고 돌아갈 정도로 사랑이 넘치는 반려인도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전신 마취를 하기 전에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마취 여부를 결정한다. 경험이 많은 수의사에게 스케일링을 맡기면 마음을 놓아도 되는 이유다.
스케일링해주지 않아 치석이 너무 많이 쌓여 잇몸은 물론 잇몸뼈까지 상하게 되면 그때는 방법이 없다. 치아가 붕 들떠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진료한 반려견 중에는 평생 스케일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가 치아를 무려 20여 개나 뽑아야 했던 아이도 있다.
반려견은 일 년에 한 차례만 스케일링을 받으면 된다. 다만, 치아 상태에 따라 두 차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반려인이 평소 반려견 치아를 어떻게 관리해줬느냐에 좌우된다.
사람에게 치아가 '오복'(五福)의 으뜸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반려견에게도 치아는 정말 중요하다. 요즘 반려견 중에는 15세 이상 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20~25세까지 사는 '초장수견'도 있을 정도다.
물론 이빨이 몇 개 없어도 사는 데는 지장은 없다. 건조 사료를 물에 불려주거나 캔 푸드, 반건조 식품 등을 주면 꿀꺽꿀꺽 잘 삼킨다.
그러나 개는 잡식화한 육식동물이다. 뼈나 고기를 마음껏 씹어먹는 것이 그들의 행복이다.
반려견이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신경을 써주자. 반려견 치아는 조물주가 만들어 줬지만, 유지하게 하는 것은 반려인 책임이다.
[윤신근, 수의사ㆍ동물학박사]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