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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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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1명 조기퇴사, 커리어 고민 큰 MZ세대 '퇴준생' 신세

3명 중 1명 조기퇴사, 커리어 고민 큰 MZ세대 '퇴준생' 신세

by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2022.03.24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퇴사하고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퇴준생' MZ세대들이 늘고 있다. 스스로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적 특성 등이 요인으로 거론된다.
취업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9.2%는 'MZ세대의 조기퇴사율이 높다'고 답했다.
전체 신규입사자 중 조기퇴사를 하는 비율은 평균 28%로 10명 중 3명은 입사한지 5개월 이내 퇴사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평균 퇴사율 17.9%에 비해 2년만에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업들은 MZ세대가 조기퇴사를 많이 하는 이유로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60.2%, 복수응답)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이전 세대보다 참을성이 부족해서(32.5%) ▲시대의 변화에 기업 조직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30.5%) ▲호불호에 대한 자기 표현이 분명해서(29.7%) ▲장기적인 노력으로 얻는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26.8%) ▲조직 내 불의·불공정을 참지 못해서(13%) ▲도전 정신이 강해서(3.3%) 등이 뒤를 이었다.
당사자들도 같은 결의 목소리를 낸다. 직장의 '이름값'보다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읽힌다.
중견 유통회사에서 일하다가 최근 퇴사한 엄모(27)씨는 "업무 강도도 낮고 급여도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일을 배우려고 간 목적이 컸다"며 "커리어를 더 쌓기 힘들다는 판단에 퇴사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이모(27)씨는 "입사 동기 중 절반이 기존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새로 입사한 케이스다. 지금 회사에서도 커리어적으로 비전이 없다고 느껴 다른 회사를 준비 중인 동기들이 몇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영화배급 분야에서 일하다 지난 1월 퇴사한 이모(30)씨는 "대기업에 들어간 건 사회가 마련한 성공 가도 중 하나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가 느꼈던 회사의 비전이란 매출 달성을 위한 숫자와 수식에 불과했다"며 "회사와 사회가 부과한 책임이 아니라 이제는 스스로 부여한 책임으로 미래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유튜브 등 SNS에서도 퇴사 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MZ세대들의 소통이 활발하다. 평범한 2030 직장인들의 '퇴사 브이로그' 콘텐츠들에는 "공감한다"는 사회 초년생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수십만 구독자들을 보유한 이들도 여럿이다.
이준희 얼라이브 커뮤니티 대표도 그 중 하나다. '면접왕 이형'(구독자 38만여명), '퇴사한 이형'(구독자 9만여명)을 운영하는 이 대표는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는 MZ세대는 정해진 업무와 시간, 취사선택할 수 없는 사내 관계 형성 등을 어려워할 수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만큼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요인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요즘은 특히 '이직이 곧 성장'이라는 의미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이직만이 문제 해결의 답이 될 수는 없다. 이런 경우 또다시 기대값이 충족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해 일어난다"고 봤다.
전문가들도 세대적 특성에 주목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사와의 권위적 관계, 집단주의적 평가 등 기성의 기업문화는 MZ세대와 맞지 않다"고 봤다. 또 "대개 MZ세대가 자리잡은 직장이 부모가 원하는 성숙산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MZ세대가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분야는 신기술 등 신생산업들"이라고 진단했다.
회사에 오래 근무하면서 쌓은 커리어로는 월급노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서 교수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직장 생활만으로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다.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식, 코인, NFT 등 대체적 금융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립과 조기은퇴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뉴시스 기사ㆍ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