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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정운 스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by 정운 스님 2021.05.04

옛날 고대 인도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코살라국 사위성에 보석상을 하는 상인이 있었다. 이 사람은 보석 전문가로서 보석을 광택 내거나 다양한 모양의 보석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상인은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서 고기를 자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코살라 국왕의 신하가 찾아왔다. 신하는 루비(보석) 하나를 주인에게 건네면서 왕께서 지시한 부탁이라며, 즉시 광택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주인 남자는 마침 고기를 자르던 중이라 고기 묻은 손으로 보석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집의 거위가 고기가 묻어 있는 루비를 먹이로 착각하고 삼켜버렸다. 이때 어느 스님이 이 집으로 탁발[고대 인도는 스님이 밥을 얻으러 집을 방문]을 나왔는데, 거위가 루비를 집어삼키는 순간을 목격했다. 잠시 후 주인은 일을 하기 위해 루비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 스님에게 물어도 아무도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주인 남자는 탁발 온 스님이 훔쳐 갔을 거라고 단정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루비가 왕의 물건인데 분실되었다고 하면, 나는 극형을 면치 못할 것이오. 우리 집에 아침에 온 사람은 저 스님뿐입니다. 저 스님이 훔쳐 간 것 같으니, 스님을 때려서라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깜짝 놀라며 남편을 말렸다.
“저 스님이 수여 년 동안 우리 집으로 탁발 오면, 우리가 음식을 주지만 스님께서 매일 좋은 진리를 설해주었습니다. 스님에게 은덕을 많이 입었는데, 설령 우리가 국왕의 극형을 받더라도 어찌 저분에게 죄를 덮어씌운단 말입니까?”
마음이 급한 남편은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님을 밧줄로 꽁꽁 묶고 작대기로 마구 두들겨 팼다. 이때 거위가 상인 옆으로 다가왔는데, 화가 나 있던 남자는 거위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그때 스님은 ‘거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였다. 아내가 거위가 죽었다고 하자, 스님이 말했다.
“거위가 루비를 삼킨 것이오.”
그 말에 남편이 칼로 거위 배를 가르니, 과연 뱃속에 루비가 있었다. 남자는 스님에게 결례를 범한 것에 용서를 빌자, 스님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가게를 나갔다. 얼마 후에 매를 맞은 스님은 후유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스님께서 누명을 벗고 매를 맞지 않으려면, ‘저 거위가 삼켰다’고 하면 될 터인데, 그렇게 말하면 주인이 거위를 죽일 것이 뻔한 일인지라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스님의 자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주인 남자의 섣부른 행동이 문제라는 점이다. 실은 우리 주변에 이런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공자님도 제자들에게 “너희는 보고 들은 것이 다 진실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하셨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을 갖고, 판단을 해버리니 언쟁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귀에 들리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우리 인간들은 눈앞에 벌어진 것만을 갖고 상대방을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 결국 실수가 실수를 낳고, 인간관계에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손해 보더라도 조금만 기다리고,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잠시만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상대를 헤아려 보는 배려심을 가지면 어떨까?!